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CNN과 인터뷰를 앞두고 이 방송사의 스타 여성 앵커에게 히잡 착용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인터뷰를 취소해 버렸다.

22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21일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CNN 국제 부문 수석 앵커와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인터뷰였지만 라이시 대통령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약속한 시간에 인터뷰를 시작하지 못했다. 약속 시간이 40분쯤 지났을 때 라이시 대통령의 보좌관이 아만푸어 앵커에게 히잡을 쓰는 것이 어떻겠냐는 라이시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아만푸어는 이를 거절, 인터뷰가 무산됐다.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만푸어는 현재 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어린 시절을 테헤란에서 보내 이란어(페르시아어)가 유창하다. 그는 이란에서 현장 보도를 할 때는 현지 법을 따르지 않으면 취재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히잡을 쓰지만, 미국 등 이란 외부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다. 아만푸어는 22일 CNN의 ‘뉴 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뉴욕이나 이란 밖에서 내게 머리카락을 덮는 스카프를 쓰라고 요구한 이란 대통령은 없었다. 1995년 이후 역대 이란 대통령을 모두 이란 또는 외국에서 인터뷰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내게 머리카락을 가릴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라이시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번 일은 지난 13일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 이후 일어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아미니 사망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시작된 시위는 독재 체제에 대한 반발심과 맞물려 테헤란, 시라즈, 케르만샤, 하마단 등 이란 전역의 20개 도시로 확산됐다. 이란 당국이 이를 진압하려고 발포하는 유혈 사태까지 일어났다. 아만푸어는 이번 인터뷰에서 라이시 대통령에게 아미니 사건에 대해 물어볼 계획이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