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외국 기업이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quantum) 기술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할 경우 미 당국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검토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중국 등 적성 국가들이 미국의 첨단 기술을 손에 넣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AI, 생명공학 등 첨단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주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사이버 보안 및 미국인들의 개인 데이터 침해 여부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 기업의 투자 및 인수 시도를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FIUS는 지난 1975년 포드 행정부 때 발족한 기관으로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및 투자 건을 심의한 뒤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기존에 있는 이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 기업과 첨단 기술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CFIUS는 그동안 주로 중국의 거대 기업이 미국의 첨단 기술 회사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막아왔지만, 최근엔 소액 투자도 미국의 기술 유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심의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했다.
백악관은 같은 날 반도체, 전기차 등에 이어 생명 공학(바이오) 분야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며 신규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미국의 외교 및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수뇌부는 이날 회의에서 바이오 분야에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 의회의 입법도 계속되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대만 방어는 미국의 필수적 국가 안보 이익”이라고 규정하고, 대만을 미국의 ‘주요 비(非)나토 동맹’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2022 대만 정책법’을 찬성 17, 반대 5로 처리해 상원 본회의로 넘겼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함께 발의한 이 법안에는 대만에 총 65억달러(약 9조48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대만에 대한 군사 장비·훈련 지원에 향후 4년간 45억달러(약 6조2640억원)를 투입하고, 추가로 20억달러(약 2조7840억원)의 차관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안에는 대만이 사용하는 공식 국명인 ‘중화민국’이란 단어가 등장하고,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의 이름을 ‘대만 대표부’로 변경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이 법안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던 기존 미국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안 내에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거나 대만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내용 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병원 의료기기와 검사 장비에 대해 외국산을 퇴출시키고 자국 제품을 사용하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