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인 타임스 스퀘어에 여름 휴가철을 맞은 관광객들이 붐비는 모습. 하루 유동인구가 300만명이 넘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모습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시 JFK 국제공항 인근 공항철도역. 시내 지하철로 이어지는 역 매표소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유럽·중동·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배낭족과 여행 가방을 끄는 관광객 수백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동 매표기 앞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보기 어려웠다. 지하철역에서 지내는 노숙자들은 대목을 만난 듯 “1달러만 달라”며 관광객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타임스 스퀘어와 브로드웨이 극장가, 5번가 명품 거리와 센트럴 파크, 록펠러 센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월스트리트, 자유의 여신상 등 주요 관광지는 사람이 넘쳐 말 그대로 떠밀려 다니고 있다. 주말이면 시내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 포즈를 취하고, 아이스크림과 핫도그 매대 앞에 줄을 선 사람들로 거리를 지나기 어렵다. 소호와 할렘의 유명 레스토랑, 34번가 주변 고급 한식당들은 음식 값이 만만치 않지만, 손님이 몰려 예약하기 쉽지 않다. 이달 초엔 맨해튼 시내 관광용 4륜 마차를 끌던 말이 폭염 속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대로에 쓰러지기도 했다. 이런 마차는 센트럴파크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주변 등을 30분 돌고 300달러(약 40만원)까지 받는데, 최근 외국 관광객들은 대기 줄이 길어서 타기 어렵다고 한다. 뉴욕의 동물 보호 단체들은 관광객 상대 마차 영업을 근절하자는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월가 황소동상 앞 북새통 -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앞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복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뉴욕을 찾는 관광객은 2020년 2200만명에서 올해 5600만명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AFP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보복 여행’에 불이 붙으면서 세계 최대 관광 도시 중 하나인 뉴욕도 절정을 맞고 있다. 뉴욕시 관광청에 따르면 올여름 뉴욕 시내 하루 평균 체류 여행객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87% 수준까지 회복됐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2년 반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2020년 10%대로 곤두박질쳤던 맨해튼 호텔 객실 점유율은 90%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빈방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뉴욕을 찾는 관광객은 2020년 2200만명에서 지난해 3300만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5600만명, 2023년은 6500만명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뉴욕시 전체 방문객이 70% 증가했는데, 미 국내를 제외한 해외 방문객이 270만명에서 830만명으로 200% 넘게 폭증했다. 이달 중순 뉴욕으로 출장을 온 40대 연구원 김모씨는 “인천~뉴욕 항공 요금이 400만원까지 올라 여행을 포기하는 한국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형 비행기가 가족 단위와 20~30대 여행객들로 가득 차서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미국 주요 관광지인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공룡 전시실 모습.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해에서 올해 1년 새 해외로부터의 뉴욕 여행객은 207%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를 포함한 전체 뉴욕 방문객은 70% 늘어 역시 팬데믹 이래 최대폭 증가세를 보였다. /AFP 연합뉴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지난달 여행 수요 관련 설문조사에서 여행을 계획하는 각국 응답자들의 68%가 ‘웬만한 물가 상승은 각오하고 떠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40년 만의 미국 인플레도, 여전한 코로나 위협도 여행 욕구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사들은 항공료 같은 여행 경비 급증에 따라 올해 이익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최대 산업인 관광산업이 부활한 뉴욕은 ‘즐거운 함성’과 ‘괴로운 비명’을 동시에 지르고 있다. 구인난과 공급망 병목으로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광객까지 몰려들면서 현지 생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최근 “2달러(약 2660원)대였던 베이글이 3.5달러, 1달러짜리 커피가 1.5달러가 됐다”며 “15달러 프렌치 프라이(감자튀김), 18달러 샌드위치는 뉴요커 입장에서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점점 심해지는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뉴욕시는 타임스 스퀘어 등 맨해튼 중심가로 진입하는 차량에 내년부터 최대 23달러(약 3만원)의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24일 공청회에 돌입했다. 뉴욕으로 통근하는 직장인들은 “지금도 교량이나 터널 통행료로 하루 16달러(약 2만1300원)씩 내는데, ‘맨해튼 입장료’만 매일 39달러(약 5만2000원)씩 내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뉴욕 맨해튼 9번가 대로에서 관광객을 마차에 태우고 가다 말이 쓰러진 모습. 관광객 급증으로 혹사당하는 말들 때문에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