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의 고등학교에서 17명을 살해한 총기 난사범이 감옥에서 남긴 글과 그림 등이 언론에 공개됐다.
23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브로워드 카운티 보안관실은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난사범 니컬러스 크루즈(23)의 현재 심리 상태를 엿볼 수 있는 그림과 글 등을 공판에 앞서 공개했다. 크루즈는 2018년 2월 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반자동 소총 150여 발을 난사해 학생 14명과 교사 3명 등 17명을 살해한 바 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크루즈는 복역한 감방 벽에 피로 숫자 ‘666′을 적었다. 666은 성경에서 적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숫자로 악마나 사탄의 숫자로 자주 등장한다. 뉴욕포스트는 크루즈가 지난 5월 공판을 앞두고 이같은 낙서를 남겼다고 전했다.
크루즈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상황을 묘사한 그림도 공개됐다. 해당 그림에는 책상에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한 인물이 해맑게 웃는 표정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오각형 별 표식과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그려져 있었다. 해당 그림에는 ‘사탄 만세!’ ‘666′ 등의 글이 함께 적혀있다.
이외에도 크루즈는 33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종이에 “아이들을 죽이기 위해 피와 죽음의 형제 자매가 필요하다” “이 나라를 파괴하고 악을 퍼뜨리기 위해 대량 살인을 할 테러리스트를 원한다” “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등 광적인 글을 남겼다. 또 “나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사형수가 될 수 있게 도와달라” “나는 모든 사람을 싫어한다. 결코 살고 싶지 않다” 등 삶에 미련이 없는 듯한 문구도 적었다. 사탄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글도 다수 있었다.
한편 지난 22일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의 법정에서는 크루즈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현재 크루즈는 1급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상태다. 이에 사형 여부에 대한 선고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만일 사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게 된다. 최종 결정은 배심원단이 내린다. 한 명이라도 사형에 찬성하지 않으면 종신형이 선고된다.
크루즈의 변호인단은 피고의 정신적인 문제를 들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날 변호인 측은 크루즈가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생모의 학대로 정신적 문제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크루즈의 모친은 매춘부 출신으로, 임신 당시부터 유산을 위해 일부러 술과 마약에 찌들었다”며 “성장기에도 폭력 성향을 보이며 경찰서를 자주 들락거렸지만 적절한 치료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크루즈의 두뇌는 ‘부서진 상태’”라면서 “그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교도소에서 남긴 글 등이 그 증거”라고 했다.
검찰 측은 “크루즈의 범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중 하나”라며 “사형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