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연방 상원에서 12일(현지 시각) 총기 규제와 관련한 입법안 협상을 타결했다. 법안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통과한다면 약 30년 만에 새 총기 규제 법안이 탄생한다. 워싱턴 정가에선 “최근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민주·공화당이 양측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 총기 이슈를 놓고 초당적 합의를 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존 코닌(공화·텍사스주) 의원과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등 양당 상원 의원 20여 명은 ‘레드 플래그(red flag·적기)’법을 시행하는 주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 등의 법안에 합의했다. 레드 플래그법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총기를 가질 수 없도록 경찰이나 가족 등이 법원에 청원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현재 워싱턴 DC를 포함한 19주가 시행하고 있다. 합의안은 이 법의 시행을 촉진하고 다른 주도 유사한 법을 채택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총기를 구매하는 18~21세의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 기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 연방 의회에서 주요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 1994년이 마지막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의원 시절 주도한 법안으로 공격용 소총의 판매를 10년간 금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합의 소식에 성명을 내고 “필요한 조치가 모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걸음으로, 수십 년 내 의회를 통과한 가장 중요한 총기 안전 법안이 될 것”이라며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상·하원에서 법안 처리를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 그간 ‘금지 목록’에 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AR15 등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 총기 구매 연령 상향 등과 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총기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하지만 총기 참사 유족들과 민주당 진영은 “첫 입법을 통해 규제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이번 합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 총격 생존 학생들이 조직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의 공동 설립자인 데이비드 호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런 법은 30년 만에 처음 현실화된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의회 조치의 시작이어야지 이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