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데이인 지난달 30일 뉴욕주 주립 호수해변 '레이크 웰치'의 모습. 휴양객이 수만명 몰렸지만 해변의 3분의1이 라이프가드 부족으로 폐쇄됐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최근 휴일에 뉴욕시 근교의 공립 호수 해변인 ‘레이크 웰치’를 찾았다가 낭패를 겪었다. 호수 입구까지 약 1.5㎞ 남겨 놓은 지점부터 자동차 도로가 꽉 막혀 옴짝달싹 못 했다. 2시간 거북이 운전을 한 끝에 간신히 도착한 후에 그 이유를 알았다.

차가 한꺼번에 수천대 몰려드는데 주차장을 관리하는 직원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평소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주차할 차량을 맞다 보니, 입장하려는 차들을 무한정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드넓은 호수의 3분의 1이 이용 불가였다. 수상인명구조요원(life guard)이 태부족해서다.

구조요원이 없는 곳에서 수영하려는 사람들을 뿔나팔 불며 연신 제지하던 뉴욕주 공원 관리인 제프(50)씨는 “구조요원 등 해변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절반도 구하지 못했다. 20년 근무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여름을 맞아 구인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말기에 접어들고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는 폭발하는 반면, 일하려는 사람은 극도로 적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 3일 “5월 기준 실업률 3.6%로 사실상 완전 고용을 달성했다”며 미 경제가 견실하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각종 서비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극심한 구인난과 그에 따른 혼란이다.

지난 3일 미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한 식당 발코니에서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는 웨이터의 모습. 식당과 호텔 등 각종 접객 업계에선 코로나 팬데믹 2년만에 여가와 서비스를 즐기려는 수요는 폭증하는 반면, 인력 충원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구인난은 임금 상승으로,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 인상으로 돌아오며 악순환을 낳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특히 미국엔 매년 6~8월 호텔과 식당·카페, 수영장, 청소년 캠프와 각종 축제 운영을 위해 3000만개에 달하는 여름 일자리 수요가 생기는데, 올해는 그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미 최대 현안인 인플레이션의 주원인도 구인난에 따른 임금 상승으로 지목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만으론 근본적 물가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여름 미 전역에서 공공 수영장과 해변을 제대로 여는 경우가 절반이 안 될 전망이다. 뉴욕 레이크 웰치처럼 수상구조요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구조요원 시급은 1년 전보다도 10~20% 올랐다. 그러나 구조요원 자격이 되는 청년들은 식당이나 워터파크 등 다른 곳에서 구인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힘든 구조요원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간신히 구직자를 구해도 일 시작하기로 한 날 나타나지 않는 일명 고스팅(ghosting)도 빈번하다.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 같은 유명 여름 휴양지의 해산물 식당과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성수기에 주 7일 장사를 하려다 일손 부족으로 주 5~3일만 열기로 했다. ‘15분 피자’로 유명한 워싱턴주의 한 피자 체인은 지점마다 필요한 인력을 절반도 채우지 못해, 손님이 피자를 받기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45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 2일 미국 뉴저지주 오션시티의 한 해변 기념품 판매점에 구인 광고가 붙어있다. 여름 대목을 앞두고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미 서비스 업체와 지자체 등은 10대 중고교생에게까지 일자리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3개월에 달하는 긴 여름방학도 학부모들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 감염 우려로 자녀를 캠프에 못 보내던 부모들이 올해 캠프 참가를 대거 신청했지만, 그새 비용이 20~30% 뛴 데다, 캠프 자리가 너무 적어 등록을 못 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캠프 운영 업체들이 교사와 보조 인력 유치를 위해 임금을 대폭 올렸지만, 방학을 코앞에 두고도 인력을 채 못 구한 캠프가 태반이라고 한다. 뉴저지주의 한 캠프 운영자는 WSJ에 “예전엔 광고비의 85%는 학부모, 15%는 직원 구인에 썼다면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와 사업자들은 미 고용 최저 연령인 14세 중학생에게까지 각종 여름 일자리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상 미 청소년 대학생들은 여름 아르바이트로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휘발유 값이 너무 올라 부모님 차로 출퇴근하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아진다”며 출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