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여자 체조 선수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전 미국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59)의 피해자 90여명이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최소 10억달러(약 1조255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CNN과 뉴욕타임스 등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FBI가 2015년 복수의 피해자로부터 믿을 만한 신고를 받았지만 1년 넘게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아 발생한 추가 피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1월 성폭행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전 미국 체조팀 의사 래리 나사르(Larry Nassar)가 2018년 2월 5일 미국 미시간주 샬럿의 이튼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법정에 서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나사르는 1986년부터 30년간 330명 넘는 여자 체조 선수와 환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FBI는 2015년 7월 신고를 받고 일부 피해자를 상대로 인터뷰까지 했지만,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 나사르에 대한 수사는 전직 체조 선수였던 레이철 덴홀랜더 변호사가 2016년 9월 일간지 ‘인디애나폴리스 스타’ 인터뷰에서 자신의 과거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나사르는 2018년 1월 법원에서 40~175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2016 리우올림픽 체조 4관왕 시몬 바일스. 그는 자신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전 미국 체조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에게 5000만달러의 배상을 요구했다. /AP 연합뉴스

이번 소송에는 피해자 9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나사르의 범죄를 끝낼 위치에 있는 FBI 당국자들이 업무를 극도로 태만히 해서 그가 2015년 7월 28일부터 2016년 9월 12일까지 약 100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며 “FBI 당국자들은 이런 성적 학대를 감추려는 미국 올림픽위원회 및 체조협회 고위 당국자들과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시몬 바일스, 알리 레이먼즈, 매카일라 마로니와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인 매기 니콜스는 각각 5000만달러(약 628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나머지 참여자들도 대체로 1000만달러(약 125억원)의 배상금을 바라고 있어 총액은 10억~12억달러(약 1조50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