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만나 인플레이션 억제 대책 등을 논의했다. 미 대통령이 연준 의장과 직접 만나는 것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어서 현지 언론들은 이번 회동을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동 전 ‘연준의 독립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 시작 전 기자들에게 “나는 그들의 매우 중요한 작업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내 계획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기본 입장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인 경기 회복을 모든 미국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안정적 경제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오늘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파월과의 회동 후 회동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내리고 있는 평가 내용에 동의하며 자신이 지명한 사람(파월 의장)들에게 신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디스 위원장은 “경제 성장을 희생하지 않고도 이 도전에 접근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우리의 노력을 집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했다.
연준은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연준은 이달 초 0.5%p 금리인상을 결정했고 이 결과 현재 미국 기준 금리는 0.75%~1.0% 수준이다. 연준 관계자와 시장 분석가들의 견해를 모아보면 연준은 6·7월 FOMC에서도 0.5%p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회동 전날인 30일 바이든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나의 계획’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급속한 경기 회복에서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우리가 지금 직면한 최우선 경제적 도전이라는 연준의 평가에 동의한다”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그는 특히 “전임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는 연준의 품위를 손상시켰고, 역대 대통령들은 물가 상승기에 연준의 의사결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며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연준을 이끌 매우 훌륭한 인재들을 양당으로부터 임명했다”며 연준의 독립성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시하겠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기록적인 고용 창출 규모가 현재보다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이는 낮은 실업률과 경제의 건전성이 높아지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국 가계가 더 많은 것들을 이용하고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모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물가 인상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공급망 개선, 주택 공급, 처방약 가격 인하, 연방 재정적자 축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유가 급등이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감소에서 비롯됐다면서 “미스터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세계적 차원의 노력을 중단할 수 없지만, 미국 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은 완화해야 한다”며 전략비축유 방출 등을 사례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