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해온 것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빨간불이 들어오자 바이든 행정부는 ‘고물가 해소’ 차원에서 대중 고율 관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인플레이션 대책 관련 연설 직후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관세를 완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그것을 논의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시행된 (대중) 고율 관세의 일부는 전략적이지도 않고 미국인들의 비용을 증가시켰다”며 “(대중)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USTR(무역대표부)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대중 관세 완화는) 고려할 만하다. 바람직한 (물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식 대중 무역 정책이 역효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고율 관세를 유지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 관세 부가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트럼프 정책보다 더 독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논의 중’이라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 계속 커지는 반중 정서 등이 변수다. 미 여론조사 기관 모닝 컨설트가 지난달 29~31일 유권자 2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대중 고율 관세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인플레이션이 현재 우리의 가장 큰 경제적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미 전역의 가족들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느낌인지 이해한다”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공급망 혼잡을 완화하고 가격 인상을 단속하며 전략 비축유를 방출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은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인플레이션 속도를 길들이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상품 부족, 에너지 가격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인한 혼란의 결과”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그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 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또 다음 달 등 올해 몇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자 공화당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론다 맥다니엘 의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대체 현실’ 속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유권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일상용품, 기름, 식료품 가격 상승에 바이든과 민주당을 탓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바이든과 민주당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