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바이론 원전. 미국에선 지난 10년여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경제성 등의 이유로 탈원전 바람이 불었으나, 최근 화석연료를 대체할 값싸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공급원으로 다시 각광 받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노후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는 데 60억달러(약 7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전기료를 안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원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탈(脫)탄소·청정 에너지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꾸준히 가동할 계획”이라며 노후 원전 지원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미 폐쇄를 선언했거나 폐쇄를 고려 중인 민간 원전들이 지원을 받게 되며, 오는 2031년 혹은 60억달러가 소진될 때까지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번 노후 원전 지원 정책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정부가 승인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재건 예산에서 집행되는 것으로, 원전 가동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연방정부 지원으로선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에선 1970~90년대 원전이 집중 건설됐다. 이후 값싼 셰일가스가 대량 채굴되면서 원전 채산성이 떨어지고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10여 년간 10여 개의 원전이 당초 허가된 기한에 앞서 조기 폐쇄됐고 20곳 이상이 폐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여전히 28개 주(州)에서 93기 원전이 가동 중이며 이는 미 전체 발전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원전은 특히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바이든 정부는 가뭄·산불·폭염·폭우 등 잦은 이상기후에 대응하려고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태양열·풍력·수력 등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려 했지만 당장 에너지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비상이 걸리면서,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값싼 원전의 수명을 늘리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미 에너지부는 이날 “원전을 폐쇄한 지역은 대기질이 악화하고, 원전 일자리가 사라져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했다. AP통신은 “미 주정부 중 3분의 2는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이미 노후 원전 재가동에 자체적으로 나서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