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계속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1일(현지 시각) 미국과 인도 간의 연쇄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측이 인도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더 많이 수입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회담”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회의를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전쟁의 결과와 이것이 세계 식량 공급망, 그리고 원자재 시장에 야기하는 불안정 효과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양국은 당초 예정된 외교·국방장관 2+2 회의에 정상 간 화상회의를 추가했다. 그만큼 미국이 인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미국을 방문한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하루를 온전히 할애했다. 오전에 각각 외교장관,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오후에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공동 기자회견, 업무 만찬이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인도는 서방 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며 러시아산 원유, 천연가스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이를 헐값으로 대량 구매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있었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데 이어, 러시아를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퇴출시킨 지난 8일 표결 때도 기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모디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기를 꺼리면서 최근 몇 주간 미국과 인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됐다”며 “이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 간에 싹트기 시작한 안보 파트너십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대중 견제를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 등이 결성한 4국 연합체 ‘쿼드’ 일원인 인도가 이처럼 러시아에 치우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우려를 표해왔다. 미국은 러시아산 에너지와 무기를 대량 도입하고 있는 인도가 다른 나라로 수입원을 돌릴 수 있도록 ‘대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