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미국대사 지명자가 7일(현지 시각) 열린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 정권”이라 부르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CVID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북한 비핵화의 원칙이지만, 북한이 강력히 반발해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바이든 행정부도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표현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골드버그 지명자는 ‘CVID가 멋진 목표이긴 하지만 앞으로 5년, 심지어 10년 내에도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책을 재평가할 의향이 있나’라는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 질문에 “CVID는 어려운 목표지만, 우리의 비확산 목표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우리가 계속해서 노력하고 상당히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과 관련, 골드버그 지명자는 “특히 (4월 15일 김일성 생일 등) 다가오는 기념일에 더 예상된다”며 “우리는 확장억제, 미국과 한·일 간 굳건한 동맹으로 대응해야 한다. 제재가 가능할 때는 매우 강력한 이행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대북 정책 리뷰 이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모호한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CVID란 용어를 꺼리는 문재인 정부를 배려하면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1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뒤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1월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화상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미·일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 그 외의 대량살상무기,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과 그와 관련된 프로그램·설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를 강력히 결의한다”란 문구로 CVID 원칙이 반영됐다.
골드버그 지명자가 7일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만약 인준되면 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우리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잘 조율된 접근법을 계속해서 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인준 청문회란 공개 석상에서 CVID를 위해 확고히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CVID가 북한 비핵화의 기본 원칙이란 사실을 재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제재조정관을 지냈던 골드버그 지명자는 대북 제재 이행에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제재가 북한 정권의 행동에 아무런 실질적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재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골드버그 지명자는 “제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제재들이 해제되기를 바라고, 그들이 제재 해제를 원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압박을 계속해야 할 이유도 있다”고 답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제재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란 것이다.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골드버그 지명자는 “한국은 코로나19, 세계 민주주의, 기후 의제 같은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데도 미국과 함께 했다”며 “미국은 ‘글로벌 코리아’를 필요로 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인들은 한복과 김치 같은 전통문화부터 BTS와 오징어게임 같은 최근의 문화 현상까지 한국의 풍부한 문화에서 혜택을 보고 이를 즐긴다”며 “인준되면 두 나라 국민 간 신뢰의 유대와 호감이 강력하고 활기차게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결의를 존경하며 윤(석열)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인준되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국제법에 기반을 둔 질서, 민주적 가치, 보편적 인권에 대한 존중을 지키는 세계라는 우리 공동의 비전을 계속해서 전진시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정부, 그리고 한국인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