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하순 최첨단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지만, 러시아와의 추가적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쳐왔다고 CNN이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오판을 막기 위해 지난 1일 실시할 예정이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도 취소했다.

CNN에 따르면 미군은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HAWC)’로 불리는 이 미사일을 서부 해안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에 실어 시험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18~19일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발사하고 며칠 뒤 일이다. 이 미사일은 고도 6만5000피트(약 19.8㎞) 이상에서 300마일(약 482㎞)가량 비행했다. CNN은 “러시아의 킨잘 미사일은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공중 발사 방식에 불과하며, 기존 기술을 변형한 것”이라며 “미국이 시험한 것은 더 정교하고 고난도의 공기흡입 스크램젯(scramjet) 엔진”이라고 전했다. CNN은 “(미국이 시험한) HAWC 미사일은 탄두가 없고 대신 운동에너지로 목표물을 파괴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은 러시아와의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우려해 미사일 시험 발사 성공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3일부터 벨기에와 폴란드를 방문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미국·영국·호주의 3각 동맹 ‘오커스(AUKUS)’가 극초음속 무기와 전자전 능력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국은 지난해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획득을 도와주기로 하면서 오커스를 출범시켰다. 미국 ABC방송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협력) 움직임은 미국과 동맹들이 태평양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무력시위를 우려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극초음속과 극초음속 대응, 전자전 능력에 대한 삼각 협력을 시작하고 정보 공유를 확대하며 국방 혁신에 대한 협력도 심화하기로 오늘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계획들이 사이버 능력과 인공지능, 퀀텀 기술과 해저 역량에 대한 협력을 심화시키려는 기존 노력에 더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