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필수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6·25전쟁 당시 제정한 ‘국방물자조달법(DPA)’을 발동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정체 등으로 희소 자원을 선점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31일 DPA를 발동해 리튬과 니켈, 흑연, 코발트, 망간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에 7억5000만달러(약 9090억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들 광물은 전기차 배터리와 대용량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다. 미국은 지난해 흑연, 망간, 희토류를 100% 수입했다. 코발트와 리튬은 각각 76%, 50% 정도를 중국 등 해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6·25 발발 직후인 지난 1950년 제정한 DPA는 원래 전시 철강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법이었다.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물품을 생산 기업의 손실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이 발효되면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업에 특정 품목의 생산을 요구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는 직접 광물을 사들이는 대신, 광물 생산 기업이 품질 향상과 신기술 연구 등을 통해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해 이 법을 발동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2월에도 의료물자 공급 확대와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이 법을 시행했다. 백신 제조와 관련된 37개 원료와 장비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백신 원료 업체들이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 수출을 하지 못하게 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응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에 판매 정보를 공개하고,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 법을 발동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실제 발동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