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오는 11일부터 여권 신청서에 여성과 남성 외에 제3의 성을 가리키는 ‘젠더 X’를 추가한다고 지난 31일(현지 시각) 밝혔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는 ‘논바이너리’나 여성과 남성의 특성을 모두 가진 ‘인터섹스’, 사회의 성별 관습을 따르지 않는 ‘젠더 논컨퍼밍 퍼슨즈’ 등의 성소수자를 위한 조치다.
국무부는 “여권 신청자들은 스스로 성별을 선택할 수 있고, 기존의 신분 증명서와 다른 성별을 선택하더라도 더 이상 의학적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이런 정책이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모든 미국 시민을 잘 섬기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전역의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와 젠더 논컨퍼밍 퍼슨즈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자유, 존엄, 평등을 고취하고 보호하려는 우리의 결의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3월 31일)을 맞아 올가을부터 미국 사회보장카드에 자신의 성별을 선택해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현재 사회보장카드에는 성별 표시가 없다. 또 교통안전청(TSA)이 미 국내 항공 여행 편의를 위해 운영하는 여행자 사전 신원 확인 프로그램에도 ‘젠더 X’가 반영될 수 있도록 국토안보부가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중간 선거를 앞둔 공화당 후보자들이 임신중절, 비판적 인종 이론, 트랜스젠더의 권리 같은 문화적 사안들에 대해 공격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개혁이 공화당 일각의 저항에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인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와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지난 30일 여자 학생부 운동경기에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공화당의 차기 주자 중 한 명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28일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수업에서 성적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