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미사일 도발을 연달아 감행한 북한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공개했다. ODNI는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의 17개 정보 기관을 총괄한다.
ODNI는 7일(현지 시각) 공개한 31페이지 분량의 ‘2022연례위협평가’ 보고서 내 북한 부분에서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이 미국과 그 동맹을 겨냥한 핵 및 재래식 무기 개발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라며 “그의 의도에 맞게 안보 환경을 변경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발 행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같은 행동에는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재개가 포함된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 정권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김정은은 한국에 대해 전략적 지배를 유지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핵 보유국으로서의 위신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김정은은) 시간이 흐르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우리는 평가한다”고 했다. “우리(미 정보당국)는 김정은이 핵무기와 ICBM을 전체주의적이고 독재적인 통치 구조의 궁극적인 보증(guarantor)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임기 초부터 최근까지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왔지만, 미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김정은은)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준,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국내 코로나 심각성 등이 (비핵화 등)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변화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인한 대북 제재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보고서는 한·미간 ‘북핵 해결’ 접근법에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까지도 ‘종전 선언’에 총력전을 벌여왔지만 미국은 적극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보고서는 “김정은은 아마도 계속해서 한미 동맹을 깎아내리려고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과 남한에 상징적(유화적) 제스쳐를 오가면서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한국과 워싱턴간 접근 방식의 차이점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등 체제 우선순위에 있는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기 위해 사이버 절도, 유엔이 금지한 물품 수출 등 불법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보고서는 “북한이 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전달 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어 “지난 1월 북한은 2017년 이후 하지 않았던 ICBM 발사나 핵 실험을 할 수 있는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비행체 발사는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의 수와 종류를 확장하려는 북한의 노력 중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