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은 2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기로 유럽연합(EU) 등과 합의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초고강도 제재에 의견을 모으면서 동맹간 밀착하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제재 발표 직후 “특히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상대로 이런 조치를 취한 전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로) 러시아가 자신의 돈이 인질잡혔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제재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재 나선 바이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연설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SWIFT 통신망은 각국 금융기관이 8자리 또는 11자리의 코드를 이용해 국제금융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 세계 주요 은행과 금융회사 1만1000여 곳이 이용 중이다. 이 시스템 접속이 차단되면 국제금융거래망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백악관은 “(SWIFT 배제로)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연결이 끊어지고 국제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번 SWIFT 배제 조치에 동참한 국가로는 미국, 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자국 피해를 우려해 제재에 소극적 입장을 밝혔던 이탈리아와 독일은 막판에 입장을 바꿨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SWIFT 틀에서 제재를 포함한 EU 제재 노선을 전면 지지한다”고 했다. 가장 소극적이었던 독일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저녁 전화 브리핑에서 “다만 에너지와 관련된 거래는 (SWIFT 제재에서) 예외(carve-out)로 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고강도 제재를 꺼려왔었다. 이 당국자는 “이를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은행 개별 거래를 추적해 (유럽 등 국가들과 러시아간) 에너지 거래에 대해서는 제재를 예외로 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론 주로 에너지 거래가 이뤄지는 은행을 선별해 이 기관에 대한 제재 예외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또 백악관은 이날 EU 회원국이 돈을 받고 외국인에게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파는 이른바 ‘황금 여권’(Golden Passport) 제도를 통해 러시아 고위층들이 글로벌 금융망에 접근하는 것도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의 시민권을 매입하면 전체 회원국 시민권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이를 이용해 몰타와 키프로스 등의 국가들은 지금까지 시민권을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중동 국가에 판매해왔다. 몰타의 경우 펀드 등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면 시민권을 준다. 푸틴의 측근들이 이런 허점을 통해 EU 시민권을 획득한 뒤 금융망을 우회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어 “이번 주에 대서양 횡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할 것”이라며 “이 TF는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의)개인과 기업의 자산을 확인하고 동결함으로써 금융 제재의 효과적인 이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또한 다른 정부들과 협력해 부당 이득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방해할 것”이라며 “이러한 개인들이 전 세계의 관할 구역에서 자신의 자산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을 금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