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축구의 간판 선수 알렉스 모건이 작년 7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여자 8강 축구 경기에서 득점을 시도하고 있다. 모건을 비롯한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6년가량의 법적 투쟁 끝에 남자 대표팀과 동일 임금을 쟁취해냈다./AP 연합뉴스

남자 대표팀과의 동일 임금을 요구하며 6년간 법적 투쟁을 해 온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끝내 승리했다.

22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자신들이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에 항의하며 축구협회에 제기한 소송전 끝에 2400만 달러(약 286억원) 규모의 합의를 이뤘다. 당초 여자 선수들이 요구한 6700만 달러엔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남자 선수와 임금 평등을 이루는 데엔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알렉스 모건(왼쪽)과 메건 라피노가 2019년 5월 '남녀 동일임금' 소송을 제기하면서 인터뷰하는 모습./AP 연합뉴스

합의에 따라 여자 선수들은 2200만 달러의 임금 부족분을 받는다. 또 은퇴 후 경력 지원 등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200만 달러의 기금이 설립될 예정이다. 미국축구협회는 “월드컵 보너스 등 수당을 포함해, 앞으로 남녀 대표팀에 동등한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2016년 알렉스 모건, 메건 라피노 등 여자축구 선수 5명은 여자가 남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연방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에 진정을 냈다. 이들은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각각 4번씩 우승한 반면, 남자 대표팀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메건 라피노(왼쪽)와 알렉스 모건이 지난 2019 피파 여자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여자 대표팀은 또 2019년 축구 연맹이 수당 지급에서도 남녀를 차별하고 있다며 미국축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심에서 졌으나 곧장 항소해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됐다. 1심 패소 당시 남자 대표팀 측도 “여자 선수들은 남자와 동등한 급여가 아닌, 최소 3배 이상의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힘을 실어줬다.

미국 여자축구의 간판 스타 알렉스 모건은 “이번 승리는 경기에 나서 골을 넣고 이기는 것보다 값지다”고 자축했다. 메건 라피노도 “미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놀라울 전환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