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해 P5+1(안보리 상임이사국 5국+독일)과 이란이 만든 합의 초안에 한국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8조3680억원)를 해제해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외신 매체들은 이란 핵 합의 당사국들이 20쪽이 넘는 초안에 대부분 합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여기에 동결 자금 70억 달러 관련 조항도 명기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한 외교 회담장으로 알려진 비엔나의 팔레 코부르크 호텔./AFP 연합뉴스

2015년 JCPOA에서 이란은 우라늄을 3.67% 이상 농축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JCPOA를 파기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재부과하자,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 60% 농축 우라늄을 만들고 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 등의 조치를 1~3개월간 유지한 것이 확인되면, 최종적으로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해 부과 중인 제재를 면제해 주면서 JCPOA 재이행을 개시하게 된다. JCPOA에서도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지 않고, 이란의 핵 합의 이행을 계속 점검하면서 90~120일간의 제재 면제 조치를 연장해 주는 방식을 썼다. 한국에 동결된 70억 달러는 한국이 원래 이란에 지불했어야 하는 원유대금이다. 이란은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2018년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을 이유로 JCPOA를 사실상 파기, 이란을 제재하면서 70억 달러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되면 한국과 이란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 미국이 초안 문구 대부분에 대해 합의를 봤지만 아직 난제가 몇 개 남아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다시 합의에서 탈퇴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를 구속하는 보장안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하나의 문제다. 이 때문에 이란은 미국이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다시 보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란이 미국과의 대면 회담을 거부하고 있어 그간의 협상은 미국을 제외한 서방국가들이 미국의 뜻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서방 외교관들은 일부 민감한 제재의 해제 같은 사안은 이란과 미국이 직접 만나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 측은 협상의 최종 단계에서나 미국과의 대면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란과의 국제적 핵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힘겨운 협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미국 내 비판론자들의 반발이 막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공화당은 이 합의를 바이든(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휘두를 ‘정치적 곤봉’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미 의회가 이 합의에 대한 표결을 하게 된다면 지독한 정치적 전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