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 도시 뉴욕의 역대 두 번째 흑인 시장인 에릭 애덤스가 지난 1월 취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금융도시 뉴욕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첫 3개월간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엄격한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Vegan)을 자처했던 미국 뉴욕시장이 생선 요리 애호가임을 인정했다. 그간 ‘생선을 몰래 먹는 것 아니냐’는 언론의 의문 제기에 “오보”라며 화를 냈던 인물이다. 소셜미디어에선 뉴욕시장이 사소한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피시게이트(FishGate)’란 조롱까지 돌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에릭 애덤스(61) 뉴욕시장은 지난 7일 성명을 내 “나는 완벽하지 않은 비건”이라며 “식단을 채식 위주로 구성하려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비건 식단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건은 동물성 고기는 물론 생선, 달걀, 우유, 치즈 등 일체의 동물성 재료를 거부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채식주의를 말한다.

애덤스 시장은 지난 5년간 ‘완벽한 비건’ 홍보대사를 자처해왔다. 그는 2016년 비만과 당뇨로 인해 실명 위기까지 갔다가, 채식으로 바꾼 뒤 35파운드(16㎏)를 감량하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얼굴이 있거나 어미가 있는 어떤 것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지난 2020년 뉴욕시장 출마 선언 후 낸 비건 입문서. 자신이 건강을 위해 비건이 된 과정과 요리법 등을 담았다. 비건이 핫한 트렌드인 뉴요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트위터

애덤스는 뉴욕시장 출마 선언을 한 뒤인 2020년 자신의 채식 여정을 담은 책(Healthy at Last)을 냈고, 뉴욕시 의료·교육 분야에 비건 장려책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뉴욕 최초의 비건 시장’을 선거 슬로건으로까지 내세운 애덤스는 올초 취임 후 2월부터 뉴욕시 초중고 공립학교에서 금요일마다 비건 급식을 제공하는 ‘비건 프라이데이’까지 실시 중이다.

이는 뉴요커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비건은 미 대도시 젊은 층에서 동물 복지, 배려, 정치적 올바름, 진보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돼 유행하는 문화 트렌드다.

그러나 지난해 뉴욕시장 경선 때부터 애덤스가 비건이 아니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7월 뉴욕포스트가 “할렘에서 애덤스가 구운 생선 요리 먹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당시 애덤스 캠프는 “생선이 아니라 가지 요리를 먹었다. 치즈조차 안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덤스 시장의 집을 방문했던 기자들이 “냉장고에 연어가 있더라”고 했지만 역시 본인이 아닌 아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부터 미 뉴욕시 초중고 공립학교에서 금요일마다 비건 식단으로 구성된 점심을 급식으로 제공하는 '비건 프라이데이'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은 뉴욕시가 공개한 식단 예시. 일부 학부모들이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식단"이라며 반감을 보이는 가운데, 바로 다음 날인 5일 이 정책을 도입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비건이 아니라 생선 애호가"라는 폴리티코 보도가 나왔다. /뉴욕시 교육국

이어 지난 5일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애덤스가 맨해튼의 고급 이탈리안 식당에서 여러 차례 생선 요리를 주문해 먹었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가오리”라고 보도했다. 시장 대변인은 즉각 “오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증거가 속속 나오자 애덤스 시장이 이틀 만에 이를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음식 경찰이라도 풀었나”라고 투덜대며 “이제 이런 사소한 일로 왈가왈부하지 말고 뉴욕의 재생에 힘쓰자”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 “채식의 단계에는 동물성 식품 중 해산물만 먹는 채식주의(pescetarianism)도 있다. 애덤스가 생선을 가끔 먹는다고 해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라며 “문제는 애덤스 시장이 자주 사소한 팩트를 왜곡하고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애덤스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뉴욕 브루클린의 반지하 아파트에 산다”고 주장했지만 뉴저지주 포트리의 여자친구 소유 고층 아파트에 대부분 거주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임대 수익을 누락해 탈루를 했다거나, 실제 있지도 않았던 ‘이웃집 개와의 일화’를 학교 졸업식 축사에 썼다는 논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