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 해군의 최첨단 스텔스기인 F-35C가 남중국해에서 항모(航母) 칼 빈슨호에 착륙하다가 비행갑판과 충돌하고 바다로 추락했다. 미 해군은 곧 인양에 필요한 조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인양선들이 사고 해역에 도착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10~15일. 그러나 안보 전략가인 애비 오스텐은 BBC 방송에 “F-35의 블랙박스 배터리는 그 전에 소진돼, 그렇게 되면 전투기의 정확한 침몰 위치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330만 ㎢에 달하는 남중국해의 대부분을 자국 영해(領海)라고 주장한다. 국제법상으로도 공해라서, 누구든지 인양에 먼저 성공하는 측이 ‘임자’다. 하와이 소재 미 태평양사령부의 합동정보센터 전(前)작전부장이었던 칼 슈스터는 CNN 방송에 “중국은 잠수함과 심해잠수정들을 동원해 사고 해역을 훑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의 평균 수심은 1212m이지만, 가장 깊은 곳은 5559m다.

◇ 지상 최고의 전투기인데, 두 달 새 2대 바다에 빠져

2019년 실전 배치된 F-35 스텔스 전투기는 공군(A)‧해병대(B)‧해군(C) 목적에 따라 적재중량‧날개 길이‧작전 반경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는 다목적 전투기로, 대당 1억~1억115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추락 사고가 적지 않았다. 작년 11월17일에는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에서 F-35B 전투기가 함상 활주로를 지나자마자 바로 지중해로 빠졌다. 영국 정부는 정확한 인양 시점을 밝히지 않고 지난 21일에야 “12월에 인양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영국이 지중해에서 인양했다고 공개한 F-35B 전투기. 항모 이륙 과정에서 그대로 바다로 떨어져 동체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았다./영국군 트위터 사진

2019년 4월에는 일본 북부의 미사와 공군기지를 이륙한 일본의 F-35A가 태평양에 급추락했고, 조종사도 숨졌다. 다음날부터 꼬리날개를 비롯한 잔해가 발견돼, 미‧일 전함과 전투기들이 사고 해역에서 일부 잔해를 수거했다. 그러나 추락 시 충격으로 기체의 상당 부분은 소실됐다.

지난 4일엔 우리나라에서도 공군 F-35A 전투기가 전자장비 이상과 랜딩기어 미작동으로 인해 서산에 동체착륙했다.

◇ “최대 120일 걸릴 수 있는” 인양 게임

중국은 이미 사이버 해킹으로 F-35의 설계 도면과 내부, 기능을 다 알며, ‘짝퉁’인 J-31 함재기도 제작을 마쳤다. 그러나 지상 최고의 첨단 군사기술이 장착된 F-35를 수중에 넣어 실제 부품을 면밀히 살피고, 약점도 파악하려들 것이다.

F-35의 중국판 '짝퉁'인 J-31/위키피디아

중국은 2011년 미 해군의 네이비실이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할 때 파괴한 미국의 스텔스 헬리콥터에서도 일부 부품을 손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네이비실은 헬리콥터 한 대가 은신가옥에 부딪혀 추락하자, 작전을 끝내고 이를 파괴했었다.

중국은 2001년 4월 미 해군의 EP-3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하고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불시착했을 때에도, 미 공군 승무원은 열흘 뒤 풀어줬으나 정찰기 자체는 분해해 분석한 뒤 부품으로 석 달 뒤 미국에 반환했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과의 갈등 악화를 우려해 대놓고 수색‧인양하려들지 않고 미국 전함들의 인양 작업을 밀착 관찰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양 작업은 침몰 지점의 수심에 따라 120일까지 걸릴 수 있다.

인양 작업은 전투기 동체에 공기 주머니를 설치하고, 공기를 주입해 위로 떠오르게 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동체가 이미 여러 조각으로 부러졌으면 인양 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또 여러 기의 미사일이 전투기에 적재돼 있어, 위험성도 따른다.

위치 확인 후 어뢰로 파괴하는 방안에 대해선, 나중에라도 인양되면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 냉전 때 미‧소 ‘침몰 잠수함’ 인양 게임 벌여

1968년 4월 미 해군정보국은 하와이 주변 해역에서 소련 해군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곧 소련 전함들의 활동이 전략핵미사일을 장착한 K-129 디젤 잠수함의 항로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잠수함은 종적이 묘연했고, 침몰로 추정된 상태였다.

소련 해군은 수주간 수색 작전을 펴다가 포기했지만, 미국은 소련의 핵미사일 기술과 암호체계를 파악하기 위해 인양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 해군은 은밀한 작전 끝에 1974년 해저 4900m에 가라앉은 K-129 잠수함에서 핵어뢰 2기와 6구의 시신, 핵심 잠수함 부품, 암호 체계를 인양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양 도중에 소련 잠수함을 움켜쥔 ‘발톱’이 떨어져 나가 부분 인양에 그쳤다.

영화로 제작된 톰 클랜시의 '레드 옥토버' 포스터.

이 사건은 나중에 추리 소설가 톰 클랜시의 데뷔작 ‘레드 옥토버(The Hunt for Red October)’의 소재가 됐고, 영화로도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