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의 안보보장 요구에 관한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측에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에 나토의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담은 안전보장 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문건을 전달하면서 미국 측 답변을 요구해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가 이날 러시아측에 안보 보장안에 관한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변화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문건에 미국이 그간 공개적으로 언급한 입장이 담겨 있고 나토의 개방정책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의 추가 나토 가입 배제 등의 요구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 국가 자신의 안보 협정 및 동맹을 선택할 권리를 포함해 우리가 지키고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핵심 원칙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태세에 관한 상호 투명성 조치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군사훈련과 기동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다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유럽의 미사일과 관련된 군비통제를 포함해 진전의 가능성을 보는 다른 분야들을 다뤘다”면서 미러간 군축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의 후속 합의 등을 언급했다. 외신들은 이번 서면 답변에 미러간 군축이나 신뢰 구축, 긴장 완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문서 작성 과정에 조 바이든 대통령도 깊이 관여했다고 한 뒤 공은 러시아 코트에 있다며 러시아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 측이 제안한 안전보장 요구사항에 서면 답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입장을 바꿨다. 이는 날로 고조되는 우크라 사태에 ‘외교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이 서면 답변을 전달하고 그 후에 회담을 갖기로 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