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시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역에서 정신병을 앓는 홈리스(homeless) 흑인(61)이 열차가 들어오는데 40세의 중국계 여성을 선로로 밀어 살해했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증오범죄였다.1주일 뒤인 22일에도 맨해튼 남부의 23번가 역에서 한 아시아계 남성(61)이 누군가에 의해 열차 진입 시 떠밀려 선로에 떨어졌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지난 2012년 12월엔 재미교포가 들어오는 열차 앞에서 정신질환자에 떠밀려 선로로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 한 해 ‘고의로 떠밀기’ 범죄 30건 발생
뉴욕시 수도권 전철에선 매년 100건이 넘는 선로 추락 사건이 발생한다. 이중에 약 3분의1은 정신질환자나 인종차별 증오범죄자의 고의적인 떠밀기 범죄였다. 뉴욕시 경찰에 따르면, 이런 범죄는 2020년에는 26건, 작년엔 코로나바이러스로 이용객이 줄었는데도 30건 발생했다. 올해도 벌써 5건 발생했다. 15일의 살인 사건 이후에,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스스로 “나도 지하철을 타면 불안하다. 주변 곳곳에 홈리스들이 있고 소리를 지르고 무질서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선로 떠밀기’ 범죄나 사고는 플랫폼에 스크린도어만 있으면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27개 노선 472개 역에 달하는 뉴욕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관할 역 플랫폼에는 스크린도어가 일부 시범 역을 제외하고는 설치돼 있지 않다. 서울 수도권의 경우 331개 역에 모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 낡은 지하철 체계의 기술적 난제와 고(高)비용이 스크린도어 설치 막아
왜 그럴까. 작년 2월 MTA 측이 밝힌 가장 큰 이유는 비용 탓이다. 당시 피터 구 한국계 뉴욕시 시의원(민주)이 스크린도어 미(未)설치 이유를 묻자, MTA 대표 대행인 세러 파인버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 탓”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부 역에선 설치가 가능한데 그 비용만 20억 달러(약2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따라서 역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것은 선로 추락 사고의 발생 빈도에 비해 극도로 값비싼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1904년 뉴욕시에 첫 지하철 노선이 완성된 이래, 서로 다른 민간 투자그룹이 여러 노선을 달리는 열차 서비스 운영권을 얻어 뉴욕시의 초기 지하철 체계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노선을 달리는 열차의 경우에도 통행 서비스마다 차량 길이가 다르고, 역도 플랫폼 크기, 곡선 비율 등에서 통일성이 없다. 이는 1968년 MTA가 설립돼 뉴욕시 수도권의 전철을 통합관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연히 그때는 스크린도어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9년 “예를 들어 뉴욕 MTA에서 A‧C‧J‧F 서비스 열차는 차량 길이도 제각각”이라고 밝혔다. 적게는 3개에서 최대 12개 서비스가 지나는 뉴욕 지하철역 플랫폼에 고정된 스크린도어를 설치해도, 도착한 서비스 열차의 문과 스크린도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많은 역의 경우엔 스크린도어를 지탱할 수 있도록 보강 공사도 해야 한다. 또 오래된 역들은 아예 플랫폼의 폭이 좁아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러시아워 때 통행이 더욱 불편해진다.
MTA의 1년 예산은 176억 달러이지만, 연방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해 10억~2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애초 통일성 없게 지은 역과 열차가 주는 난제를 극복하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