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1주년을 맞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태의 배후라며 그를 집중 공격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이 의회 난입과 폭력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트럼프 책임론’을 강하게 부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5일 애리조나에서 대중 집회를 갖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 부정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공화당에선 ‘바이든 탄핵론’이 등장, 미국의 분열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미 의회에서 열린 1·6 사태 1주년 행사는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오전 9시 의회 대국민 연설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막으려고 시도했다”며 “전직 대통령(트럼프)은 폭도들이 의회를 공격하는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를 1·6 사태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한 것이다. 이어 “우리는 정치적 폭력을 규범으로 받아들이는 나라가 될 것인가, 또는 진실의 빛이 아닌 ‘거짓’의 그늘에 살아가는 국가가 될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트럼프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가 언급한 ‘정치적 폭력’은 1·6 사태를, ‘거짓’은 트럼프의 ‘대선 사기’ 음모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겨냥해 “단순한 전직 대통령이 아닌 패배한 대통령”이라며 “완전하고 자유로운 선거에서 그는 700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도 트럼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제 사람들이 악당(rogue) 대통령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의회에 대한 반란을 선동하는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기를 희망해 보자”고 말했다.
민주당의 원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두렵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고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한 정당을 장악하면서 우리 선거 제도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그토록 열심히 싸워온 것, 즉 힘센 정치인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할 권리가 위험할 정도로 취약해졌다는 것이 두렵다”고도 했다.
1·6 사태로 순직한 의회 경찰관 브라이언 시크닉의 여자 친구 샌드라 가르자는 지난 4일 PBS방송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루빈 가예고 하원의원은 CNN 방송에서 “메릭 갈런드(미 법무장관)가 매우 약하다고 생각한다. 훨씬 많은 사람이 체포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선거 부정 주장을 퍼트리며 의회 난입을 선동한 사람들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표면적으로 ‘로 키’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6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1·6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측근들의 만류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트럼프에게 “기자회견을 하는 데는 위험성이 있다. 선거제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1주년 당일이 지난 오는 15일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1·6 사태에 대한 입장을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내부에는 여전히 트럼프의 선거 부정 주장에 동조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가 미국인 1036명을 상대로 실시해 작년 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71%는 여전히 바이든 승리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6 사태나 그 직전에 열린 트럼프 주도의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 중 최소 57명이 올해 연방·주·지역 차원의 각종 선거에 출마한다고 5일 보도했다. 그중 최소 3명은 1·6 사태 가담 혐의로 기소될 처지인데도 이를 오히려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주장에 동조해 온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5일 중간선거 후 다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공화당의 하원에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하라는 압력이 막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탄핵을 무기화했다. 트럼프를 공격하려는 당파적 목적으로 썼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복성 탄핵론’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