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5일(현지 시각) 1·6 미 의회 난입 사태 1주년을 맞아 가진 연설에서 “법무부는 모든 1월 6일 당일 범법자들을, 그들이 그날 참석했든, 아니면 공격을 계획했든 간에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장관이 작년 11월 8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갈런드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난입 사태 이후로) 법무부는 우리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며 “우리는 전국 곳곳에 있는 범죄자들을 찾아내고, 조사하고, 체포하는 일을 매일 해왔다”고 했다. 이어 “이날까지 325명을 중범죄로 기소했다. 이들의 상당 수는 경관을 공격했고, 의회 공격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또 중범죄로 기소된 20명은 이미 유죄를 인정했다”고 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700명 이상이 처벌 대상에 오른 상태다.

그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발발한 이후 40년간 법무부는 독립성과 법의 공평한 적용을 위한 원칙을 지키는 방법을 정해왔다”며 “그것은 우리의 범죄 수사에는 소속 정당이나 소속에 따라 다른 규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아군과 적에게 서로 다른 규칙이 있을 수 없고 힘없는 자와 힘없는 자에게 서로 다른 규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수사에서) 규칙은 하나뿐이다. 우리는 헌법을 존중하고 시민의 자유와 같은 규범에 따라 사실을 따르고 법을 집행한다”며 “심지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특정 어젠다나 가정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사실만을 따라갈 뿐”이라며 “사실이 우리가 어디로 갈 지를 알려준다”라고 했다.

이런 갈런드 장관의 발언은 최근 미 여권 내부에서 ‘미 법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 법무장관은 검찰총장 역할을 겸해, 연방 검찰의 수사 등을 총괄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갈런드 장관의 연설을 예고 하면서 “최근 몇 주간 의회 난입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법무부가 수사 노력을 강화하고, 특히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의 책임을 묻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회 등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주요 언론 등에선 갈런드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표하는 칼럼들도 게재되고 있다. 그러나 갈런드는 이날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할 뿐 정적(政敵)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의도에 따라 서두르거나, 사실이 아닌 추정을 통해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사실(facts)’라는 단어를 6번 언급했다.

법무부엔 의회 난입 사태 외에도 트럼프 자녀·측근 탈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트럼프 정권의 민주당 의원 및 기자 사찰 논란 등 전(前) 정권을 겨눈 수사들이 산적해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런 수사도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갈런드 장관은 주위에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WP는 최근 보도했다.

앞서 갈런드 장관은 작년 2월 인사청문회에서도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변호사가 아닌 국민의 변호사”라며 “기소와 수사를 정파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막겠다”고 했었다. 그는 당시 “민주당원을 위한 규칙과 공화당원을 위한 규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