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1일 베이징 시내 쇼핑몰의 대형 전광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 장면이 비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군부와 공안 등이 국내 인터넷 여론을 감시하고 검열하기 위해 사용하던 저인망식 정보 수집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외국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도 반(反)중국 여론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자동으로 정보를 수집한 뒤 중국 내 서버에 저장도 하고 있으며, 중국의 입장에 반하는 여론이 형성되면 중국 관계 당국에 실시간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고 한다. 중국 측은 또 중국을 비판하는 학자, 정치가, 언론인들의 프로필 등을 수집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해외 선전 활동에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인터넷 여론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서 민감한 정보의 유포를 막기 위해 소위 ‘여론 분석 소프트웨어’로 불리는 정보 수집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가 중국 정부 공식 조달 사이트에 게재된 300건 이상의 공개입찰 공고와 계약서, 관련 회사들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이런 소프트웨어를 페이스북, 트위터 및 서구 SNS에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정보 수집을 하는 주체는 중국 공안, 군부, 사이버 감독당국, 관영 언론사, 선전기관 등 다양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 중국 관영 언론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훑어 외국 언론인과 학자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32만 달러(약 3억8000만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베이징 공안당국은 홍콩과 대만에 대한 서구의 여론을 분석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21만6000달러(약 2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신장의 사이버센터는 무슬림 소수민족들의 언어로 작성된 해외 컨텐츠를 주로 수집한다. 트위터에서 중국 고위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퍼트리는 학자, 정치가, 언론인의 프로필 정보 등을 수집해 본 적 있는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이 신문에 “이제 우리는 반중국적 인사들의 지하 네트워크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한 조달 사업의 3분의 1 정도는 중국 공안이 주체였다. 중국 공안은 위구르족이나 중국의 다른 소수민족에 관련된 민감한 자료를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했고, 각 자료의 저자에 대한 분석도 원했다. 일례로 푸저우시 공안이 2021년 10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조달하면서 올린 공고를 보면 “지정된 사이트와 저자를 표적으로 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중국의 여론 감시망을 분석해 ‘숨겨진 손(Hidden Hand):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나’란 책을 쓴 마레이커 올버그(Mareike Ohlberg) 독일마셜재단의 선임연구원은 이 신문에 “중국 내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여론 감시의) 숫자와 규모를 볼 때 이제 그런 노력의 일부를 외부로 돌린다는 것은 솔직히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활동이 “이제 중국이 해외에서 중국을 보호하고 해외에서 여론 전쟁을 벌이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라고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