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아이들을 사로잡은 게임 '로블록스'. 아이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게시할 수 있어 게임 제작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minugoon)

올해 구글 코리아 국내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 창업자 데이비드 바주키와 그 가족이 소기업을 위한 자본이득세 면제 제도를 최소 12번 이용해 거액을 절약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블록스의 시가총액은 600억 달러(약 71조원), 바주키의 자산은 70억 달러(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바주키와 그의 아내, 4명의 자녀, 장모는 물론 사촌 일가까지 소기업 투자를 진작하기 위한 제도(Qualified Small Business Stock)를 이용해 23.8%의 자본이득세를 거듭 면제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식을 매각할 때 보유 기간 및 명의자의 소득에 따라 자본이득세를 내야 한다. 바주키 일가는 세법을 잘 이용해 합법적으로 혜택을 받았고, 이처럼 당초 소기업 투자 진작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실리콘밸리 갑부들의 절세에 이용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1993년 제조업, 도·소매업 기술 분야의 창업과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해 이런 분야의 소기업에 초기 투자를 한 경우 나중에 주가가 오르더라도 자본이득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식을 최초 발행할 당시 기업의 자산 총액이 5000만 달러(약 594억원) 이하였고, 최초로 발행된 주식을 5년 이상 보유한 경우 최대 1000만 달러(약 118억원)까지는 자본이득세 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직접 주식을 받은 초기 투자자나 창업 당시 직원들을 위해 설계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초 발행된 주식을 5년 이상 보유'하기만 하면 실제 자신이 돈을 내서 그 회사에 투자했는지 등은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예컨대 유망한 테크기업의 창업주나 초기 투자자가 최대 1000만 달러까지 자본이득세 면제를 받은 뒤, 신탁 등을 설립해서 자녀나 친지에게 주식을 나눠주면 그들의 명의로도 재차 최대 1000만 달러까지 자본이득세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면세 혜택을 보는 것을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엇인가를 포개놓는다는 뜻의 ‘스태킹(stacking)’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1990년대 초반 이 제도를 만든 목적은 사람들이 소기업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후 30년 간 이 제도는 억만장자가 매주 생겨나는 것 같은 실리콘밸리의 최신 세금 회피 수법으로 왜곡됐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의 세무 전문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고객들에게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서 “인기 있는 테크기업 투자자들이 친구나 친척들에게 주식을 나눠줌으로써 세금 면제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 세금 전략을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줌, 핀터레스트, 도어대시 같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스타트업 초기 투자자들도 모두 친구나 가족에게 주식을 나눠줘서 면세 혜택을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 중 리프트 대변인은 뉴욕타임스 질의에 “두 창업자가 이 세금 혜태글 받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로블록스를 포함한 다른 기업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