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6일 미국 연방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미 의회 의사당을 점거했던 1·6 의사당 난입 사태 1주년인 내년 1월 6일에 기자 회견을 예고했다. 미 의회와 백악관이 같은 날 난입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기념 행사를 예정한 가운데 트럼프도 작년 대선이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맞받아 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내년 1월6일 자신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 의회의 ‘1·6 난입 사태 조사위’에 대해 ‘매우 당파적, 정치적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 뒤 “왜 당시 시위의 원인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는가. 그 원인은 바로 2020년 (부정) 대선”이라고 했다. 작년 대선은 ‘사기’이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다시 한번 반복한 것이다. 그는 “기억하라. 반란 사태는 (1월 6일이 아닌 대선 날짜인) 11월 3일에 발생했다”며 “1월 6일에 발생한 일은 부정선거에 대한 완전한 비무장 시위였다”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공화당 의원들에 대해 ‘리노(RINO·Republican In Name Only)’라고 부르며 “급진 좌파 민주당보다 더 나쁘다”라고 했다. 리노란 ‘이름만 공화당원’이란 뜻으로,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이 공화당 내 온건파들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딱지’다. 트럼프가 리노라고 부르면 지원 기부금이 급격히 줄어들어 차기 선거에 위험할 수 있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린 날인 지난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졌다.

2017년 6월 1일 백악관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사실상 트럼프가 부추긴 것이다. 그는 이날 오전 워싱턴 시내에 집결한 지지자들 시위 때 연단에 올라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의회로 행진할 것이다.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후 의회로 몰려간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이 일로 지금까지 700명이 넘는 시위 참여자가 기소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난동을 선동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진상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부분의 당시 측근들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후 트럼프는 대선에서 패배하자 이에 불복하면서 각종 재검표 요구와 소송전을 벌였지만 잇따라 기각 당한 상태다. 여태까지 3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6 난동 1주년에 기도회와 함께 역사학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최근 “1월 6일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최악의 암흑의 날 중 하나였다. 우리가 그날을 기념하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