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외교적인 경험이 없는 고액 정치 자금 기부자들을 잇따라 해외 대사직에 등용하고 있다고 미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가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미 대선 때 큰 정치 기부금을 낸 핵심 기부자들을 대사직에 등용하는 것은 미 정치판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FP는 “이는(고액 기부자 해외 대사직 임명) 민주당·공화당 대통령이 똑같이 해왔던 관행”이라면서도 “문제는 민주당이 과거 이런 ‘보은 인사’ 관행에 대해 맹렬히 비판해왔는데도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FP에 따르면 뉴욕 부동산 거물인 콘스탄스 밀스틴은 2020년 바이든 대선 캠프 모금위원회에 72만5000달러(약 8억6500만원)를 기부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그녀를 이달 몰타 대사로 지명했다. 같은 달 케냐 대사엔 바이든 캠프에 5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던 메그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이와 함께 그리스계 미국인인 ‘호텔 거물’ 차트웰 호텔의 CEO 조지 츠니스도 그리스 대사로 임명됐는데, 그는 또 다른 민주당의 거물급 기부자다. FP는 “오바마 전 대통령도 츠니스를 노르웨이 대사로 낙점했었지만, 그는 노르웨이 정부 구성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낙마했었다”며 “츠니스는 노르웨이에 간 적도 없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대사직에 경험이 없는 고액 정치후원금 기부자, 측근들을 임명했다고 비판해왔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통상 대사직의 경우 직업외교관에서 3분의 2, 정치적 임명 케이스로 3분의 1을 임명하는 비율을 유지해왔다. 또 정치적 임명의 경우 ‘현안’이 적은 국가에 주로 파견돼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관행을 무시하고 전체의 45% 정도를 정치인으로 임명하고 주요국에 파견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행에 반발해 2019년 10월 민주당의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애미 베라 의원은 미국 해외 대사의 70%는 국무부 출신 직업외교관 가운데 임명돼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베라 의원은 “직업외교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이 법안에 공화당도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었다. 이 법은 통과되지 못해 폐기됐다.

FP는 “그간 민주당은 물론 전직 외교관들도 사전 외교 경험이 없는 부유한 선거 운동 기부자들을 대사로 지명하는 관행이 미국의 외교 정책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해왔다”며 “사실 이런 관행은 ‘제도화된 부패’나 다름 없다는 비판도 해왔다”고 했다. 그런데도 과거 관행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FP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부유한 기부자들을 대사직에 앉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물론 거액의 기부자를 포함한 정치인 출신 대사 지명자들도 미국의 외교정책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상당히 많은 (정치인 출신) 대사들이 경험이 부족하거나 외교의 기본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전례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