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조선 DB

2017년부터 4년간 미국의 정·부통령으로 호흡을 맞췄던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가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가 되기 위해 맞대결을 벌일 것인가. 펜스 전 부통령이 최근 미 대선 경선의 초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주(州)들을 잇달아 방문하자 2024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펜스는 AP통신에 “모든 나의 초점은 2022년에 있다”며 내년 중간선거에서 나설 공화당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공공연히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고 있어 펜스가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의 옛 보스와 대결할지 주목된다.

펜스는 지난 8일(현지 시각) 뉴햄프셔주를 방문, 내년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들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행사와 연말파티 등에 참석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헤리티지 액션’이 주최한 행사에서 사회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안을 강력히 비판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국인들의 봉급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또 지역 빵집인 ‘심플리 딜리셔스 베이커리’에 들러 손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 뒤 기념촬영에 응했다. NBC보스턴 방송은 펜스의 뉴햄프셔 일정에 대해 “대선 유세 일정의 모든 전통적인 요소를 다 갖고 있었다. 정치자금 모금행사가 있었고 지역 활동가들과 수다를 떤 뒤 파티 두 곳과 연설장, 지역 빵집도 들렀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특히 펜스가 미국 대선 경선의 초반 여론을 흔들 수 있는 주들을 방문하고 있다는 점을 심상찮게 보고 있다. 미국 대선 경선은 전통적으로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로 시작, 뉴햄프셔주에서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로 이어졌다.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와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는 경선 초반 판세를 가르는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펜스는 이번에 뉴햄프셔를 방문하기에 앞서 지난달 1일 아이오와주도 방문했다. 또 펜스는 지난 10월 네바다주도 방문했는데, 이곳은 2024년 대선부터 아이오와나 뉴햄프셔보다 먼저 대선 경선을 치르는 ‘첫 경선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네바다 주의회가 지난 6월 대선 경선을 앞당기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펜스와 트럼프는 작년 대선 이후 완전히 틀어진 상태다. 대선 패배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트럼프는 펜스가 상원의장 자격으로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 결과를 뒤집어 주길 바랐다. 펜스는 부통령에게 그런 법적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믿지 않았다. 1월 6일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던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도 “펜스를 매달아라”는 격한 구호를 외치며 그를 찾기도 했다. 트럼프는 펜스가 뉴햄프셔를 방문한 당일 펜스에 대해 “좋은 사람이지만 막대한 투표 사기와 부정을 인정하지 않는 큰 실수를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NBC방송은 펜스와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그가 “2024년 대선 출마의 준비 작업을 하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고 있다”며 “펜스는 앞으로 두 달간 조지아주, 플로리다주, 텍사스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도 영향력이 크고 대선 본선에서도 경합주에 해당하는 주들을 일부러 찾고 있다는 것이다. 뉴햄프셔 방문 중 펜스는 CNN 기자에게 “2023년 나의 가족과 나는 우리가 항상 해왔던 일을 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심사숙고하고, 기도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가장 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결정해서 부름을 받은 곳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는 1988년 첫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줄곧 하원의원, 주지사, 부통령 선거 등에 출마해 왔기 때문에 “항상 해왔던 일을 할 것”이란 말로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AP통신은 트럼프와의 양면적 관계가 펜스의 대선 도전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백악관을 바라보고 있는 공화당 후보군 중 펜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깝게 엮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충성파가 넘치는 공화당 내에서 요긴한 점이지만,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펜스가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잘못 믿고 있는 것이 약점”이라고 했다. 또 현 시점의 여론조사로는 트럼프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