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장관은 17일(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해 “한국 전쟁의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주둔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박 장관 방미에 대해 “(박 장관은) 한반도 평화와 국제법·대테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주한미군 주둔은 1953년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근거한 것”이라며 “정전협정도 1953년의 일이긴 하지만 (각자) 서로 다른 배경과 이유에 의해서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종전선언에 따른 평화 프로세스의 이행은 미군의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들어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에) 있음으로써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점령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유엔사 해체를 잇따라 주장하고 있다. 종전선언 논의를 계기로 유엔사 해체 및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박 장관은 “(종전 선언은)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하는,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테이블에 마주 앉게 하는 방법으로 매우 좋은 선언,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또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좋은 결실을 보길 바랐다”며 “지금 소강상태로, 대화가 어려운 상태를 안타깝게 여긴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18일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남북 관계를 주제로 강연한 뒤 19일에는 통일을 주제로 한 대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직 주한 미국대사와 미군 사령관들도 이날 종전 선언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한·미 친선 비영리 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뉴욕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종전선언에 서명한 다음날에는 뭐가 달라질까”라며 “(종전선언 이후에도) 정전협정이 여전히 존재하고,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조약(한·미 상호방위)상의 의무도 존재한다. 북한의 핵, 미사일, 재래식 화력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종전선언이라는 첫걸음을 통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최종 상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상상할 수 있는가. 대다수 전문가의 대답은 ‘아니다’는 것이고 나도 동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