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백악관 내부에서 주요 사안을 두고 논의 및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지속적인 견제를 당하고 있다고 CNN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에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부통령은 대통령의 핵심 동반자”라며 반박에 나섰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급락하면서 2024년 대선 차기 후보 하마평, 백악관 내분설(說) 등이 잇따라 나오자 바이든 행정부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EPA연합뉴스

미 역사상 첫 흑인·인도계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 초부터 ‘유력 차기 후보’로 거론돼 왔다. 재선을 천명했던 바이든이 실제는 고령이라 재선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만 해도 미 유력 매체들은 앞다퉈 해리스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임기 초 바이든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통화한 직후 해리스 대통령이 이들 정상과 이례적으로 따로 통화하기도 했다. 이에 외신들은 “그가 외교·안보 문제에도 깊이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했었다.

그러나 CNN은 이날 30여명의 해리스 부통령 참모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하면서 “백악관 참모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배제하고 있다”고 했다. CNN은 “한 참모는 ‘해리스 부통령이 적절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리고 있다’며 분노했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대통령과 부통령간, 그리고 둘의 참모들간 충돌은 일반적”이라면서도 “해리스 본인도 주변에 정치적으로 업무에 제약이 많다(constrained)며 불만을 호소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해리스 부통령에게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자신의 역할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기대해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례 오찬을 정례화하고 매일 아침 보고에 함께 배석시키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민 정책, 투표법 개정 등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난제’를 떠맡게 되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밀려드는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하자 바이든은 지난 3월 해리스에게 이 문제를 전담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상황이 계속 나아지지 않자 비판이 해리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부통령에게 해결책이 거의 없는 어려운 일들을 잔뜩 맡기는 것은 견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백악관 내 주요 정책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5일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당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내 핵심 참모 및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논의를 할 때 해리스 부통령은 나사를 방문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고 했다. 당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프라법 처리를 지켜보는 마지막 순간 해리스 부통령도 같은 자리에 있긴 했지만, 그 이전의 주요 논의 과정은 그녀의 뒤(back)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간 철군 결정에도 불만을 품었지만, 그녀의 의견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백악관 내부에서 지속적인 견제를 당하고 있다고 있다는 내용의 CNN 보도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15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그는 "부통령은 대통령의 핵심 동반자일 뿐 아니라 투표법과 이민 문제 등 국가의 당면 현안을 이끌어 나갈 핵심 지도자”라고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해리스의 불화설’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 집권 1년차부터 재선 출마를 선언한 현직 대통령과 또 다른 강력 후보인 부통령간 긴장 관계가 부각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반박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부통령은 대통령의 핵심 동반자일 뿐 아니라 투표법과 이민 문제 등 국가의 당면 현안을 이끌어 나갈 핵심 지도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