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각) 폴 고사르 하원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 중 일부.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거대한 거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다. 현재 이 영상은 트위터 정책에 의해 노출되지 않는다. /트위터

미국의 한 공화당 하원의원이 멕시코 국경지대의 장벽 건설을 중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두고 일본 인기 만화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거인에 합성한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출신 폴 고사르(62) 하원의원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등장하는 90초짜리 한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캐릭터 얼굴에 고사르 의원, 코르테스 의원,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제작됐다. 영상에 따르면 양손에 칼을 든 고사르 의원이 코르테스 의원 얼굴을 합성한 거인의 목 뒤를 공격해 죽인다. 그리고 거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을 맞서는 고사르 의원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마친다.

이 장면에는 원래 다른 거인보다 더 큰 ‘초거대 거인’의 얼굴이 등장한다. 만화 속에서 이 초거대 거인은 거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둔 성벽을 파괴한다. 고사르 의원은 이러한 거인의 행동을 이민자에 관대한 정책을 펼치고 멕시코 국경지대의 장벽 건설을 중단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코르테스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네오나치 그룹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선 소름 끼치는 회원이 나를 죽이는 비디오를 공유했다”라고 했다. 이에 고사르 의원 측은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밈(meme, 모방으로 전파되는 문화 정보의 단위)을 활용한 영상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트위터는 해당 영상을 증오 행위에 대한 회사의 정책을 위반했다며 비공개 처리했다.

진격의 거인은 올해 5월까지 연재된 일본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만화는 거의 모든 인류 문명을 파괴한 ‘거인’에 맞서서 싸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캐릭터 ‘지크 예거’에 빗대 ‘문크 예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크 예거는 ‘고통받는 삶을 살 바에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사상 아래 거인과 싸우거나 숨어 사는 동족들을 말살하려고 한다. 이를 두고 출산율 저하는 정부 정책 때문이라며 ‘이런 식으로 한국인을 멸종시키려는 것’이라는 농담 섞인 비판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