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지 않기, 대서양을 돛단배로 건너기, 육식 끊고 채식하기, 직장 그만두기….
주관이 뚜렷하고 유명한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이런 삶의 변화도 감내해야 한다. 스웨덴 출신 글로벌 ‘환경운동 전사(戰士)’ 그레타 툰베리(18)가 성년이 되면서 그의 부모들이 이런 짐을 상당 부분 벗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각) “그레타가 어른이 되면서 수년간 그를 뒷바라지한 아버지가 일상을 되찾았다”며 “올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가지 않게 돼 기쁜 사람은 바로 그레타의 아버지”라고 보도했다. 보호자가 필요하지 않게 된 툰베리는 이번 COP26에 처음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가 참석했다.
툰베리의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52)는 전직 배우이자 음반 제작자이고,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50)은 오페라 가수였다. 환경운동과는 무관한 삶이었다. 그러나 맏딸 툰베리가 8세 때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환경 문제에 빠져들면서 이들의 인생은 바뀌었다. 아스퍼거증후군을 앓는 툰베리가 11세 때부터 우울증으로 말도 하지 않고 먹지도 않다가, 기후변화 운동을 계기로 세상으로 나오자 부모는 딸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 올인 했다.
매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10대 환경운동가의 부모로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비행기 출장이 잦았던 부모는 “비행기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며 호통치는 딸 때문에 비행기도, 일도 포기해야 했다. 이들은 또 “탄소 배출이 많은 육식을 하는 것은 범죄”라는 딸의 신념 때문에 채식주의자(vegan)가 됐다. SUV를 타고 싶어했던 아버지는 전기차를 탄다.
아버지는 ‘해외 출장’이 잦은 딸의 로드 매니저를 전담했다. 2019년 뉴욕의 유엔기후변화콘퍼런스에 갈 때 대서양을 돛단배로 건너겠다는 딸을 위해 배를 조종했다. 툰베리씨는 WSJ 인터뷰에서 “폭풍우가 치는 배에서 ‘어쩌다 이렇게 됐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툰베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을 비난해 트럼프로부터 “분노조절장애부터 고치라”는 비난을 듣자 극우 인사들로부터 공격당할까봐 부모는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딸이 각종 상금으로 받은 100만달러(약 12억원)로 설립한 환경운동 관련 재단 운영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성인이 된 툰베리는 최근 집에서 독립해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툰베리씨 부부는 원래 하던 일인 음반 제작과 가수 생활로 돌아갈 계획이다. 툰베리씨는 WSJ에 “아버지들이 사춘기 딸과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