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도쿄 시부야의 한 호텔에서 결혼 사실을 알리는 마코 공주(오른쪽)와 남편 고무로 게이. 마코는 왕족 지위를 잃고 지참금도 포기한 채 평민인 고무로와 결혼해 뉴욕으로 떠난다. /AP 연합뉴스

일본 마코 공주(29)가 지난 26일 비난 여론 속에 평민 남자친구 고무로 게이와 결혼을 강행해 왕실을 떠나면서, 영미 언론들이 이 커플을 ‘제2의 (영국)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로 부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와 CNN, USA투데이와 뉴스위크, 영국 가디언과 더미러 등은 “일본판 메건 마클이 탄생했다”란 분석을 쏟아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손자인 해리 왕손과 미국 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은 왕실과의 갈등 끝에 2020년 왕족의 지위와 의무, 권한 등을 포기하고 영국을 탈출한 ‘메그시트(Megxit·메건의 왕실 탈퇴)’로 충격을 안겼다. 마코 공주는 표면적으론 왕실과 갈등을 빚지는 않았지만 약혼자의 출신과 외모 등을 둘러싼 대중의 구설과 비방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왕실을 떠났다는 점에서 해리-메건 부부와 비슷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0년 1월 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해리 왕자(서식스 공작)와 아내 메건 마클(서식스 공작부인)이 지난 9월 25일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 무대에 올라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이들이 왕실 탈퇴 후 ‘도피처’로 미국을 택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해리-메건은 캘리포니아에 정착했고, 마코와 고무로는 뉴욕에 신접 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그 이유로 미국은 영국·일본의 핵심 동맹이자 자유가 보장된 나라란 점이 꼽힌다. 특히 미국인들은 외국 왕실을 ‘동화 속 세상’으로 보고 동경과 흥미를 갖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에 대한 인기나 그의 사망에 대한 애도는 영국보다 미국에서 더 컸다. 하버드대·외교관 출신의 일본 마사코 왕비의 부적응 장애에 대해서도 미 언론들은 큰 관심을 보여왔다.

다만 CNN은 “마코 공주가 헤리-메건의 전철을 밟는 대신, 조용히 사라지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와 메건은 왕실 탈퇴 후 방송 인터뷰에서 “왕실의 삶은 동물원 같았다” “인종·성차별을 겪었다”고 폭로한 이후 자선 사업, 다큐멘터리 제작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왕위 계승권이 아예 없었고 일본의 침묵 문화에 길들여진 마코가 미국에서 왕실이나 일본 여론의 문제를 저격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뉴욕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마코의 이주를 앞두고 취재 경쟁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