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각) 미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 관련 청문회. 왼쪽부터, 마크 밀리 미 합참 의장,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케네스 맥킨지 미 중부사령관./로이터 연합뉴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28일(현지 시각) 미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아프가니스탄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아프간 철군 과정에 대해 “전략적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에서의 비전투원 철수는 성과를 거뒀지만, “탈레반이 카불에서 집권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아프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 완전 철수에 반대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껄끄러워할 수 있는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한 셈이다.

밀리 의장은 “2020년 가을부터 나는 급속한 철군이 세계에서 미국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아프간 안보군과 아프간 정부의 붕괴를 촉발해 탈레반의 완전한 집권이나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후 1년 동안 내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500~4500명의 미군을 남기자고 권고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 사흘 후인 지난 8월 18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군 참모들이 ‘2500명의 병력은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하지 않았나”란 질문을 받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하지만 밀리 의장과 함께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케네스 맥킨지 미 중부사령관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프간에 2500명의 미군을 남겨둘 것을 권고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의원이 이런 차이를 지적하며 “밀러 의장과 지휘관들의 권고가 대통령에게 전달됐나”라고 묻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그들의 의견을 대통령이 받았고 물론 대통령이 고려도 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짓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인데도, 미 국방부 수뇌부가 사실대로 말한 것이다.

다만 군 수뇌부는 바이든 대통령과 충돌하는 모습은 피하려고 노력했다. 밀리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전면 철군을 결정했을 때 왜 항의의 표시로 사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나라는 어떤 명령을 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장군을 원하지 않는다. 명령이 합법적이라면 나는 이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밀리 의장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호라산의 자폭 테러가 발생한 카불국제공항의) 애비 게이트에서 숨진 병사들도 사임할 선택권을 얻지 못했다”며 “그들이 사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도 사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은 조언을 할 뿐이고 “정책 결정자들은 그 조언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밀리 의장은 “탈레반은 테러 조직이었고 여전히 그렇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여전히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끊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역시 ‘테러와의 전쟁’이란 아프간전의 목적이 달성돼 철군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과는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밀리 의장은 그러나 “임무가 이제 더 어려워졌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고, 우리는 계속해서 미국인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