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가톨릭 교회와 ‘매우 공개적인 충돌’을 하게 됐다고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가 여성의 권리라고 보고 있지만,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는 바이든의 입장이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 교리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텍사스주의 강력한 낙태제한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1일 “이번 낙태제한법은 헌법적 권리를 무참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2일엔 “텍사스 여성들이 안전하고 합법적 낙태를 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살펴보도록 했다”고 밝혔고, 3일엔 “(낙태제한법은) 거의 반미국적(un-American)”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주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 가톨릭계 학교를 다녔던 바이든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이후 미국의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다.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이 논란이 된 직후인 4일에도 주말을 보내기 위해 찾은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 근처 ‘브랜디와인 성(聖)요셉 성당’에서 부인 질 여사와 함께 미사를 드렸다. 백악관에 머물 때면 워싱턴 DC 조지타운의 ‘홀리 트리니티 성당’에서 주말 미사에 참석하곤 한다.
이와 관련, 살바토레 코딜레오네 샌프란시스코 가톨릭 대주교는 5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바이든을 겨냥해 “정부의 용인 아래 무고한 사람을 죽일 권리의 확대를 지지하면서 좋은 가톨릭 신자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 2일엔 가톨릭 채널인 EWTN의 기자가 백악관 브리핑에서 “가톨릭 교리는 낙태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가르치는데 대통령은 왜 낙태를 지지하는가.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누가 생각해 주는가”라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에게 묻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이전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낙태 지지를 비판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그가 찾는 성당 앞에서 “바이든은 가짜 가톨릭 신자” 같은 구호를 내걸고 시위를 벌여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