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장기화되는 재택근무를 기회로 아예 해외 휴양지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당초 올가을부터 대면 출근을 재개하려던 미 기업들이 최근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사무실 복귀 일정을 속속 내년 이후로 미루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N 등에 따르면 최근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 휴양지들이 장기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워케이션(work와 vacation의 합성어)’을 보내는 미 전문직과 자영업자로 북적이고 있다. 바하마와 바베이도스, 버뮤다, 도미니카, 아루바, 케이맨 제도 등이 관광 산업 확대를 위해 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일반 관광 비자보다 훨씬 긴 3~18개월짜리 ‘워케이션 비자’ 또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급 경쟁을 벌이면서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사무실 없이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섬나라들은 “이왕 집에서 일할 거, 천국에서 일하라”는 구호를 내세워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가족 단위 비자에 수십~수백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으며 6000만~2억원 정도의 소득 증빙을 요구한다. 10여 개 섬마다 수백~1만명씩의 미국인들이 장기 체류 중이라고 한다.
원래 미국의 디지털 노마드는 타히티·몰디브 등 아시아의 이국적 휴양지에 체류하는 젊은 싱글 프리랜서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부터는 자녀 등 가족을 동반한 정규직 중년층이 대부분이며, 그 장소도 미국을 언제든 오갈 수 있는 가까운 카리브해로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선 가족 단위 해외 단기 이주를 알선·관리하는 ‘국경 없는 근로’ 같은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