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로 숨진 미군 13명 중 12명이 아프간 전쟁의 단초가 된 2001년 9·11 테러 전후 태어난 20대 초반의 ‘9·11둥이들(9·11 babies)’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이번 테러 전사자 신원 정보에 따르면, 13명 중 5명은 2001년 태어났고, 7명은 2001년 당시 3세 미만의 아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이들은 태어나서 항상 테러와의 전쟁 중인 나라만 경험했고, (테러 위험 인물을 감시하기 위한) 안보 히스테리를 상시적으로 경험한 세대”라며 “평범한 미국인의 일상과 동떨어진 외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 뛰어든 이들”이라고 했다.
라일리 매콜럼(20)이란 2001년생 해병대원은 두 살 때 자신이 태어난 해에 일어난 9·11 테러의 참상을 듣고 “군인이 되겠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으며 실제 18세에 자원 입대했다고 한다. 라일리는 지난 2월 결혼한 뒤 4월에 해외 파병됐다가, 다음 달 출산을 앞둔 부인 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전사했다. 캘리포니아 출신 카림 니코이(20)의 아버지 스티브 니코이는 “(아프간)전쟁이 시작된 해에 아들이 태어났고 이 전쟁의 끝과 함께 생이 끝났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것(아프간 철군)을 다룬 방식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전투복 차림으로 아프간 피란민의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됐던 해병 여군 니콜 지(23)도 엿새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는 쿠웨이트 주둔 미군으로 복무하다 이번 아프간 철군과 민간인 보호 임무 때문에 아프간에 파병됐다가 변을 당했다. 이번 전사자 중 2명이 여군이었다.
유일하게 ‘9·11둥이’로 분류되지 않은 최고령자 대린 테일러 후버(31) 병장 역시 11세 때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가 공격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나라 지키는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그의 유족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