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6시쯤(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의 홀리트리니티(성삼위일체) 성당 앞 도로는 경찰차와 검은색 차량 행렬로 막혀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후 5시 31분 이곳에 도착해 미사를 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56분간 성당에 머무른 뒤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함락 직전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철수작전에서 나선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상공을 날고 있다. /AP 연합뉴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전날인 20일 오후 2시쯤 워싱턴DC를 떠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아침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한 안보팀 브리핑을 받기 위해 출발을 미뤘다가, 아프간 상황 브리핑을 받으면서 아예 윌밍턴행을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30번의 주말 중 약 63%인 19번을 윌밍턴에서 보냈고, 지난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할 때도 여름휴가지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렀다. 이번에 윌밍턴행을 취소한 것은 그만큼 아프간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날 미 국방부는 지난 14일 이래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통해 미군이 약 1만7000명을 아프간에서 대피시켰고, 그중 2500명이 미국인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약 1만~1만5000명의 미국인이 아프간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중 일부만 철수시킨 것이다. 탈레반이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대피하려는 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외부 상황이 나빠지면서 하루 5000~9000명을 국외로 대피시키려던 미 국방부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20일 하루 동안에는 1600명 정도밖에 대피시키지 못했다.

카불 탈출후 기적의 출산 - 21일(현지 시각) 독일 남서부 도시 람슈타인에 있는 미군 공군기지에서 미군 C-17 수송기를 타고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임신부가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CNN에 따르면 임신부는 기내에서 진통을 호소했으며 착륙 직후 아기를 출산했다. /AF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공항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주아프간 미국 대사관은 이날 “카불 공항 게이트 밖의 잠재적 보안 위협 때문에 미국 시민들이 미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개별적 지시를 받지 않은 이상은 공항으로의 이동과 공항 게이트를 피할 것을 권고한다”고 공지했다.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독일도 같은 경고를 내놓았다. 미 고위 당국자는 “아프간 내에 있는 미국인들에 대한 IS의 위협 때문에 미군이 대피하려는 사람들을 카불 공항으로 데려올 다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7일간 카불 공항 안팎에서 최소 20명이 탈출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