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2015년 6월 장남이자 델라웨어주 검찰총장이었던 보 바이든의 장례식에서 성조기로 덮인 관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는 모습. 바이든은 정치적 후계자였던 아들의 사망 충격으로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했고, 해외 전쟁 철군주의로 돌아섰다고 한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아프간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배경엔 여러 개인적·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40년 넘게 상원 외교위원장, 부통령을 지내는 동안 보수 진영 중심의 해외 군사 개입론에 공감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장기화되는 중동 전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많이 피력했다.

미 정계와 학계는 9·11 테러 이후 20년간 미국의 에너지를 빨아들인 중동의 대테러 전쟁이 국내외에서 각종 문제를 낳았다고 보는데, 바이든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우선 중동전 와중 중국의 경제 부상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미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의 서민·중산층이 붕괴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 새 폭증한 미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자 문제도 미국이 중동에 정신이 팔려 뒷마당인 중남미 국가 관리를 소홀히 한 여파이며, 이란과 북한의 핵 개발, 러시아 권위주의 정권의 득세도 그 연장 선상에서 본다.

개인 가정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의 정치적 후계자였던 장남 보 바이든이 2008~2009년 이라크전에 자원 참전한 뒤 무공훈장까지 받았으나, 2015년 45세에 돌연 뇌암으로 사망했는데 이후 바이든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아들이 이라크 복무 때 독성 물질에 노출됐을 것이란 의심을 갖게 되면서 철군주의로 완전히 돌아섰다. 그는 16일 “얼마나 많은 미국 젊은이가 남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대선에서 해외 관여주의자인 외교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높은 중서부 러스트 벨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혈투 끝에 당선됐다. 취임 이후 바이든은 국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서민 지원 정책에 전념하며 “나는 아프간전을 치르는 네 번째 대통령이지만, 다섯 번째 대통령에겐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엔 이번 아프간 사태 충격으로 바이든의 성급한 철군 방식을 비판하면서도 ‘철군 자체는 옳았다’는 여론이 많다. 경제지 포브스는 16일 “미국이 아프간에서 쏟아부은 2조2600억달러(약 2654조원)란 천문학적 전비는 20년간 매일 3억달러(약 3500억원)씩 쓴 셈”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군 2500여 명과 협력업체 소속 4000여 명 사망, 상이군인 수만 명에 대한 보상·지원에 5000억달러(약 587조원)의 청구서도 추가로 날아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