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함락하기 전 미(美) 정보 당국들이 지속적으로 아프간 정부군의 급속한 붕괴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올렸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 시각)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정보 당국의 평가와 달리) 공개 석상에서 아프간의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프랑스 국적자들과 아프간인 협력자들이 프랑스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전날 이 공항에서는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인파가 활주로에까지 몰려들면서 수 시간 동안 운영이 중단됐다가 오후 11시께 재개됐다. /AP, 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지난달 들어 정보 당국 보고서들의 상당 수는 아프간 정부 군이 탈레반의 공세를 버틸 수 있을 지 점점 더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었다고 한다. 당초 미 정보 당국은 6월 말까지 카불 함락 시점을 미군 완전 철수 후 18개월 정도로 예상했지만,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예상을 바꿨다는 것이다. 7월의 한 정보 기관 보고서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공격을 막는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카불이 매우 위험하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아프간 관련 연설에서 “탈레반은 월맹군이 아니다. 역량이 그에 훨씬 못 미친다”며 “주아프간 미국 대사관의 지붕에서 사람들이 (헬리콥터로) 구조되는 모습을 보게 될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도 했다.

또 정보 당국은 탈레반이 도시를 점령할 경우 ‘연쇄 붕괴’가 빠르게 발생할 수 있으며 아프간 정부군도 초토화될 위험이 높다고 예상했다. 같은 달 CIA(중앙정보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 정부가 카불로 향하는 중앙 도로에 대한 장악권을 상실했으며, 정부 생존 가능성도 매우 위험에 처해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한다. 다만 NYT는 “이 기간 동안 다른 보고서들이 아프간 정부군의 역량 등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인 전망을 보였는 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 NYT 보도는 미국의 ‘실패한 전쟁’을 두고 정보 당국의 오판을 그 원인으로 돌리는 언론 보도 등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비관적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던 정보 기관에 책임을 돌리려하자, 정보기관 내부 반발이 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