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작년 10월 ‘타이완 수호’를 위해 중국과 군사 충돌하는 모의전쟁(wargame)에서 “형편없이(miserably) 실패했고, 그 결과 수십 년간 미 군사작전을 이끌었던 개념들을 대대적으로 고치게 됐다”고 존 하이튼(Hyten) 합참차장이 26일 밝혔다.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

그는 미 방위산업연합회가 세운 ‘이머징(Emerging) 테크놀로지 인스티튜트’ 연설에서 “과장 없이, 작전은 형편없이 실패했다”며 “공격적인 홍팀(red team)은 지난 20년간의 우리 전략을 연구했고, 우리를 압도했다. 그들은 우리가 작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가 뭘 할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작년 10월 실시한 워게임의 성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군사뉴스 웹사이트 ‘디펜스 원(Defense One)에 “워게임 시나리오 중 하나는 타이완을 둘러싼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우리는 늘 군사력을 집결해 싸우고 생존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극초음속(hypersonic) 미사일과 장거리 화력이 모든 방향에서 우리 쪽으로 날아드는 세계에선 우리가 집결하면 세상사람 모두가 우리 위치를 알고, 그만큼 우리는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집결된 전함과 전투기는 상대에겐 손쉬운 과녁이 됐다”는 것이었다. 이 워게임은 당시 새로 수립한 미군의 육‧해‧공 합동작전 개념을 시험하는 기회였다. 하이튼은 “그러나 이 새 작전 개념도 대부분 수십 년간 미군을 지배한 것들이었고, 홍팀은 손쉽게 청팀(blue team)을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워게임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 것은, 청팀 네트워크가 전쟁 초기에 거의 즉시 두절됐다는 것이었다. 하이튼은 “제1차 걸프전쟁(1991년)때도 그랬고 지난 20년 기본적으로 미군은 어느 곳에서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압도적인 정보 구조’를 구축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 나라는 지난 30년간 우리의 작전 구조를 관찰했다”며 “전쟁 초기부터 정보가 차단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이게 우리가 직면한 큰 문제”라고 말했다. 미군은 각종 센서와 시스템을 통해 전장(戰場) 정보를 수집하고 라디오‧위성 통신을 통해 지휘‧명령을 즉각 내리는데, 당시 워게임에선 재밍(jamming)과 위성 파괴로 전쟁 초기부터 이런 정보가 차단됐다.

작년 7월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긴장 속에. 남중국해로 향하는 미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아래)와 니미츠호./미 국방부 배포 사진

하이튼은 “미국보다 더 많은 병력을 갖추고 군사력에 집중한 우리의 실제 적국이 지난 20년간 뭘 해왔을까 상상해보라”며 “우리는 한걸음 물러나 두루 살피고 ‘뭘 놓쳤지?’라고 물어야한다”고 했다. 그는 “미군은 더 이상 ‘정보 우위’를 당연시할 수 없으며, 적에게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 군사력을 집중하고, 또 생존하기 위해서 흩어지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개념은 그동안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그래서 모의게임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10월 ‘패배’ 이후, 미 합참은 기존 작전 개념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서, ‘확장된 작전(expanded maneuver)’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동했다. 미 군사뉴스 매체인 ‘스타스앤스트라이프스(Stars & Stripes)는 27일 “이 전략은 모든 전투영역에서 합동 지휘‧통제가 이뤄지고, 이 정보가 전쟁에 동원된 육‧해‧공 모든 전투 단위로 연결되는 ‘전투 클라우드(combat cloud)’을 형성하고, 이 ‘전투 클라우드’에서 차단돼도 현장 지휘관이 분산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새 전략은 또 군사력‧군수(軍需) 배치가 어려운 환경을 다루고 있다. 미군은 2차 대전 때 유럽과 태평양에서의 경험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군사력 배치 자체가 힘든 상황을 겪은 적이 없다.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또 “‘확장된 작전'은 또 육해공‧우주‧사이버의 모든 전투영역에서 정밀 화력을 동시에 적에게 쏟아, 적이 어디서 공격이 오는지 알 수도, 방어할 수도 없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무기‧전투기‧전함으로도, 2030년까지 이 새로운 합동 작전 개념에 따라 전투태세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