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시 맨해튼의 명소(名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50년 넘게 일했던 한 전직(前職) 호텔 사환(bellhop)의 부음(訃音)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6일 뉴욕시 퀸즈구의 한 병원에서 췌장암으로 숨진 지미 엘리드리시(75)의 얘기였다.

모로코 출신인 엘리드리시는 19세에 영어도 거의 못하는 상태로 미국에 와, 한 가톨릭단체의 도움으로 1966년 4월 월도프 아스토리아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2017년 1월31일, 이 호텔이 6년간의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가기까지 51년간 사환으로 일했다. 뉴욕시 호텔‧모텔 종사자 노조는 NYT에 “아마 맨해튼에서 최장 근무한 호텔 사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전에 9명의 미국 대통령을 호텔 로비에서 맞았던 엘리드리시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엘리드리시 가족

NYT가 그의 죽음을 알린 것은 이 신문이 뉴욕 뉴스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엘리드리시 자신이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붙박이’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린든 B 존슨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모두 9명의 미국 대통령을 로비에서 맞았다. 또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1992)’,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애널라이즈 디스(Analyze This‧1999)’에 등장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도 호텔 사환으로 출연했다. 사전 연습은 필요 없었다.

그는 2015년 미 잡지 ‘트래블러(Traveler)’ 인터뷰에서 “처음 일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우리를 ‘보이’라고 불렀지만, 이젠 그렇게 안 부른다”며 “나 역시 손님의 이름을 알아도 늘 ‘마담(Madame)’ ‘써(Sir)’라고만 불렀다”고 했다. “이름을 알고 있으면, 동반한 배우자가 ‘언제 여기를 와 봤지?”라고 의심할까봐 였다”고 말했다. 엘리드리시는 생전에 “전직 대통령이든, 생애 처음 이곳을 찾은 커플이든 모든 이에게 흠잡을 데 없는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말했다.


엘리드리시는 은퇴 후, 자신이 겪은 유명인사들의 일화(逸話)를 담은 책을 쓰려고 했지만, 끝내지 못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엘리드리시가 1980년 미 대선에서 지미 카터 현직 대통령에 맞선 공화당 후보 레이건에게 “대통령 각하(Mr. President)”라고 부르자 레이건은 “아뇨, 아직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라고 했다. 엘리드리시는 “대통령 각하, 당신이 이길 테니, 승리하면 내 아들에게 뭐 좀 하나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나중에 레이건은 그에게 아들에게 주라며, 자신의 자필 서명이 담긴 사진을 보냈다. 퇴임 후 다시 이 호텔을 찾은 레이건은 그를 알아보곤 “짐, 아직 여기 있군요”라고 했다. 딸 라자아는 “아버지는 할 얘기가 많았고, 나는 열심히 받아 적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고 했다.

엘리드리시는 생전에 유명 인사들과 얘기하는 단순한 원칙을 밝힌 적이 있다. “저는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그들을 대하죠. 제가 친절하게 말을 건네면, 우리는 바로 통했어요.” 엘리드리시가 1966년 호텔 잡부로 일을 시작할 때의 임금은 시간당 1달러23센트(현재 가치 10달러50센트)였다. 이후 “한번 시켜봐 달라”고 간청한 벨맨(bellman)이 된 뒤, 반세기를 그렇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