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 국무부 건물 내 엘리베이터에 나치 상징 문양인 ‘스와스티카(Swastica)’가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즉각 조사를 지시했다고 27일(현지 시각) 미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특히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의 아들인 블링컨 장관은 과거 대학살에 대한 역사 왜곡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해온 만큼,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전날 워싱턴DC에 있는 국무부 본부 건물 내의 한 엘리베이터 벽에 스와스티커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악시오스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 스와스티카 문양은 칼로 나무 벽을 그은 것처럼 보인다. 악시오스는 “이 엘리베이터는 반(反)유대주의를 감시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조만간 임명될 특사 사무실 근처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인도와 쿠웨이트를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를 보고받고 “그 혐오스러운 낙서는 제거됐다. 이 사건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 부서에 전송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고통스럽게 상기시키듯 반유대주의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반유대주의는) 미국, 국무부, 그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 우리는 가차없이 일어서서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대인 동료 분들에게 말한다”며 “우리가 당신들의 봉사에 얼마나 감사해하며, 당신의 동료가 되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알아달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양아버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폴란드 태생 유태인이었던 양아버지 피자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모와 여동생을 잃은 뒤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인물이다. 파리에 살던 친지의 도움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미국 변호사가 된 뒤 뉴욕과 파리를 무대로 인권운동을 해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아우슈비츠 수용소 당시를 회고한 그의 저서는 19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블링컨 장관은 파리에서 청소년기를 보낼 당시 인권운동가였던 양아버지 피자르의 영향을 받아 보편적인 인권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고 한다.
피자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유태인 추모 시설인 파리의 쇼아기념관을 설립해 관장을 맡기도 했다. AFP통신은 “양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블링컨은 인권이 유린되는 현장에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을 적극 옹호하는 성향”이라고 했다.
악시오스는 “대유행 탓에 국무부 직원 대부분은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며 범인이 외부인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본부 내 곳곳에 보안 카메라가 있어 이번 사건 조사는 크게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