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의 한 목욕탕에서 벌어진 사건이 미국 사회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폭스 뉴스 등 외신은 이번 사건이 트랜스젠더의 성별 분리 공간 입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화 전쟁(culture war)’을 촉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LA 코리아타운의 목욕탕 ‘위스파’ 앞에서 트랜스젠더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대와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충돌해 십여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스파의 트랜스젠더 입장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아이들을 보호하자” “변태성욕자를 변호하지 말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흔들었다. LA 경찰 측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해산하지 않은 일부 시위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 발표에 따르면 이날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가디언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일부 시위대에게 쫓기고 땅에 밀쳐진 다음 물을 맞았다”면서 “이들은 ‘예수님’을 연호하면서 내 휴대전화를 빼앗아가려고 했다”고 썼다.
위스파 앞 맞불 시위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일에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다. 지난달 24일 한 영상이 소셜 미디어 상에 일파만파 퍼진 것이 계기가 됐다.
조회 수 90만 회를 넘긴 영상에서 한 여성은 위스파 직원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여자 탈의실에 남자가 들어와 성기를 노출했다. 우리 딸들이 그 모습을 봤다. 남자가 버젓이 들어오는 게 이곳 정책이냐”고 따진다. 그러자 다른 한 남성이 다가와 “트랜스젠더인 것 아니냐”라고 하자 이 여성은 “그는 남자다. 트랜스젠더 그런 건 없다”고 소리친다.
영상 속 여성이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WP는 이 트랜스젠더 여성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실제로 목욕탕을 이용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위스파 측은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다른 메트로폴리스와 마찬가지로 LA는 트랜스젠더 인구가 많다. 일부는 우리 목욕탕을 즐겨 찾기도 한다. 위스파는 모든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이 트랜스젠더 등을 차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른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영상에 대한 진위 논란도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反)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이 꾸며낸 사건이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과거 2016년 미 시애틀의 한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반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남성이 들어가 고의로 소란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성소수자 관련 매체인 ‘더블레이드’를 인용해 익명의 LA 경찰 관계자가 “사건 당일 트랜스젠더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위스파 측도 트랜스젠더 여성이 사건 당일 목욕탕을 이용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