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대통령 피살’ 사건과 관련, 나흘 만인 11일(현지 시각) 유력한 배후 인물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여전히 암살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대통령 암살 사건 후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1일(현지 시각) 클로드 조제프 임시 총리가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조제프는 오는 9월 치러질 대선과 총선 때까지 자신이 국정을 이끌 총책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 출신의 아리엘 앙리가 자신이 국정 총책임자라고 주장하고 나서 정국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11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아이티 국적의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63)을 추가 검거한 사실을 밝히면서 “그가 이번 암살을 배후에서 기획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20년간 거주했던 아이티계 미국인 의사다.

용의자들이 도주 과정에서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이 사농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아이티 현지 사농의 거처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 마크가 박힌 모자와 탄약통, 권총집 6개, 총알 20상자 등을 발견했다. 앞서 7일 용의자들은 모이즈 대통령의 저택을 습격할 때 DEA 요원을 사칭했었다.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 배후로 지목되는 에마뉘엘 사농으로 추정되는 인물. 2011년 유튜브에 올라온 아이티를 위한 리더십’ 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그는 “아이티 정치 지도자들이 부패했고 우라늄과 석유, 금 등 국가 자원을 빼돌렸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캡쳐

경찰은 사농이 대통령을 암살한 뒤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려고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농이 등장하는 2011년 유튜브 영상을 언급하면서 “(영상에서) 사농은 아이티 지도자들이 국가의 자원을 착취하는 부패 세력으로 비판하면서 미래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티를 위한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아이티 정치 지도자들이 부패했고 우라늄과 석유, 금 등 국가 자원을 빼돌렸다”고 비판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사농이 20년 이상 플로리다에 거주했다며, 지난 2013년에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기록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NYT는 “경찰 당국이 추정하고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많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2013년 파산 신고를 하고, 의사 출신이자 교회 목사를 자처하는 사람이 어떻게 배후에서 ‘특공대(commando) 작전’을 짜고 실행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 가장 주요한 의문”이라고 했다. 아이티 현지 경찰도 사농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번 사건을 기획했는지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파병 여부 고민하는 美, 일단 대표단 파견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날 아이티에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어제 아이티에 미 대표단을 파견했다”며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장려했다”고 했다.

대표단엔 미 법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무부, NSC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아이티를 방문해 클로드 조제프 총리 권한대행과 아리엘 앙리 총리 지명자를 공동 면담했다. 이후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도 만났다. 이들은 이날 복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아이티는 지난 7일 암살 사건 직후 정국 안정과 중요 기반 시설 보호를 위해 미 정부에 파병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미 정부는 군 병력 지원 여부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 대표단의 보고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파병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