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 뉴욕 시장 거주지 그레이시 맨션 인근에서 시 당국의 노숙인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피켓에는 "청소를 멈춰라" "주거권은 사치가 아닌 권리다" 등 문구가 적혀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미국 뉴욕시가 제공한 호텔에 머물던 노숙인들이 퇴거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시가 시내 호텔에 머무는 8000여명의 노숙인을 일반 보호시설로 옮기려고 했지만 일부 시민들과 노숙인들이 반발해 계획을 중단했다고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법률 지원 비영리단체인 법률구조협회는 지난 8일 “당국의 조치가 노숙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감염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며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뉴욕시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노숙인 650여명을 노숙인 보호시설로 옮겼다. 대부분이 사전에 고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측은 48시간 이전에 퇴거 통보를 하지 않아 당국의 퇴거 조치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10일에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거주지 인근에서 당국의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 150여명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주거권은 사치가 아닌 권리다”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10일(현지 시각) 뉴욕 시장 거주지 그레이시 맨션 인근에서 시 당국의 노숙인 정책에 반대하는 한 시민이 "주거권은 사치가 아닌 권리다"라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달 초에도 노숙인과 시 당국이 호텔에서 수 시간 대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2일 뉴욕 미드타운의 고급 호텔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에 머문 노숙인 150여명이 시의 명령에 따라 퇴거 조치 됐다. 이 과정에서 노숙인 25명은 방문을 잠그고 퇴거 조치에 반발했다. 수 시간 대치 끝에 결국 이들은 모두 호텔을 떠났다.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뉴욕 타임스스퀘어 인근 지하철 역 인근에 누군가의 짐이 잔뜩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노숙인 보호 단체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데 10~20명이 한 공간에 수용되는 보호시설로 노숙인을 옮기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노숙인들을 시내 호텔 60여곳에 머물도록 했다. 코로나로 경영난을 겪던 호텔 측도 노숙인을 수용하고 시의 재정 지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