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서부에서 섭씨 5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홍합, 대합, 불가사리 등이 ‘자연 찜' 상태로 폐사하는 일이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CNN은 “지난주 (캐나다 최서단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를 덮친 파괴적 폭염이 캐나다 서부 해안에 살고 있던 막대한 숫자의 홍합, 대합과 다른 해양 생물을 죽이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동물학부의 크리스토퍼 할리 교수는 지난 6월 27일 태평양 연안 밴쿠버의 키칠라노 해변에 갔다고 한다. 6월 26일부터 이 지역을 덮친 폭염이 해안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해변에 도착하기 전부터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입을 벌린 채 죽어서 썩어가는 홍합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다음 날 할리 교수는 학생 한 명과 함께 웨스트밴쿠버의 또 다른 해안인 라이트하우스 파크를 방문했다. 그는 CNN에 “그곳은 완전히 재앙이었다”며 “해안에 군집한 홍합 대부분이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홍합은 해안가의 바위에 붙어 자라므로 간조기에는 햇볕 아래 그대로 노출된다.
섭씨 약 38도 이상에서는 홍합이 오래 살지 못하지만 그간 밴쿠버는 여름에도 보통 섭씨 30도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섭씨 39~42도의 폭염이 발생하자 홍합들이 모두 산 채로 익어버린 것이다. 할리 교수는 홍합, 대합, 불가사리 등 10억 개 이상이 폐사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만난 밴쿠버 지역의 생태학자 알리사 게먼은 최근 밴쿠버 해안가에 갔다가 “물에서 부패한 조개를 요리하는 냄새가 났다”며 “죽은 게가 물에 떠다니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조개류가 산 채로 익어서 죽는 현상은 미 서부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미 워싱턴주의 굴·조개 판매 회사 ‘하마 하마 오이스터스'는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에 죽어있는 대합들 사진을 올렸다. 워싱턴주에서 자연산 굴, 조개, 홍합, 게 등의 서식지로 유명한 후드 커넬 해안에서 대합들이 입을 벌린 채 말라 붙어 죽은 것이다. 이 회사의 도매 매니저인 저스틴 스탱은 지역 언론에 “굴과 대합의 공급이 부족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10일(현지 시각)에도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온이 섭씨 50.6도(화씨 123도)를 넘기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최고 섭씨 54.4도(화씨 130도)까지 기온이 오를 수 있다는 예보도 나온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