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웰링턴의 로레인 카운티 페어그라운드에서 열린 군중 집회에 참석한 모습(오른쪽)과 그가 소유한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 /로이터 연합뉴스·마러라고 리조트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경호를 위해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와 골프클럽에 묵은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의 숙박비 수만달러를 미국 정부에 청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8일(현지 시각)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 1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본인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렀다. 전직 대통령은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경호를 맡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요원들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숙박비’를 정부에 청구했다. 비밀경호국이 공개한 지출 내역에 따르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경호원 숙박비 명목으로 4만달러(약 4600만원)를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부터는 거처를 옮겼다. 새로 옮긴 곳도 자신이 소유한 곳으로,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다.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측은 그달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숙박비로 1만200달러(약 1200만원)를 정부에 청구했다. 경호국 요원들이 1박에 566달러를 들여 18일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액수가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그달 28일부터 이달 초까지 경호국 요원들이 추가로 숙박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가 베드민스터 내셔널 골프클럽에 머무르지 않은 1월과 2월, 5월에도 숙박비 3400달러가 별도로 청구됐다. 트럼프는 연간 21만9천 달러(약 2억5천만 원)의 전직 대통령 연금을 받는다.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평생 경호를 받는다.

WP는 이 같은 숙박비 지출·청구 내역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 측도 경호 업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직일 때도 마러라고 리조트 등을 정상회담이나 행사 장소로 쓰면서 250만달러(약 29억원) 이상을 청구했다.

전·현직 대통령 소유시설이 비밀경호국 요원의 숙박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법조항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휘소나 회의 장소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경호 대상이 있는 근처의 시설에서 숙박비 등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WP는 “트럼프의 경호 명목 숙박비 청구 규모는 비슷한 사례와 비교해 봤을 때 이례적”이라며 “트럼프의 취임 첫날부터 습관은 퇴임 후에도 여전하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부통령으로 재임할 때 델라웨어주 소재 자신이 소유한 땅에 있는 숙박시설에서 경호 요원 숙박비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매달 2200달러를 청구했다. 총 금액은 17만1600달러(약 2억원)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별도의 경호 요원 숙박비를 청구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제프리 엔겔 서던메소디스트대학 대통령 역사센터장은 “전 대통령인 입장에서 평생 굶을 일도 없는데,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꼭 돈을 벌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